▲ 박익규 교육체육팀장
청주시내 A고등학교 교장실에 들어서면 두개의 사진이 눈에 띈다.

하나는 이 학교 출신 서울대 입학생들의 기사를 스크랩한 액자다.

다른 하나는 이 학교가 자랑하는 학사의 학생들 사진이다. 시험을 거쳐 선발된 학년별 40명씩 모두 120명 안팎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한 해가 지나면 다시 액자속의 주인공이 될 지 모른다.

교장실에 사진까지 걸려있을 정도니 학교가 이들에게 쏟는 관심과 애정은 미뤄 짐작이 간다. 혹여 어느 교사가 교장실을 드나들며 이 사진을 볼때마다 무언의 교장의 독려를 느끼지않을까.

청주시내 B중학교의 현관에는 학년별 32명씩 학업★스타 사진이 걸려있다. 지난 학기말 시험에서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다.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했다.

"쟤네들은 공부 잘 하는 애들이잖아요. 똑같이 장난을 쳐도 쟤네들은 덜 혼나요"

사진이 걸리고 싶지않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그럴 생각이 없다"고 냉소적인 답변만 들었다.

15일 정부가 발표한 '학교교육 자율화 3단계'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공교육이 강화되는 계기가 되리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학교가 자율화하면 교육의 질 경쟁이 불가피하고, 이는 국민들을 옥조이는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교육주체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없이 먼저 실험대에 놓인 이번 조치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자율화된 학교간 경쟁의 결과가 A고와 B중에서 미리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수 엘리트를 잣대로 한 교육(입시)제도속에 학생들은 '우등생'이라는 이너서클에 들어가기위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교육은 이미 브레이크를 잃어버린 무한경쟁 레이스가 되었다.

"살아서 돌아오라"는 어느 정치인의 말이 자꾸 교육에 비견된다.

/ addpark@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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