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 제2사회부장 >
"지방과 수도권은 동생과 맏이의 관계다. 지방은 맏이 아래서 기죽고 사는 동생처럼 자라면서 불평등한 대접을 받았다, 혼자 잘된 맏이는 그런 걸 까맣게 잊고 형편이 어려운 동생을 오히려 나무란다. 지금까지 국가 정책은 맏이만 공부시키는 정책이다"

얼마전 김관용 경북지사는 모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백번 지당한 말이다. 이것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선 국가균형발전정책을 들고나왔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폐기될 처지에 놓여있다.

이때문에 최근 비수도권 시·도와 일부 시민사회단체는 잇따라 토론회와 대책회의를 갖고 정부의 지방홀대 움직임에 대해 공동대응에 나서고 있다.

사실 국가균형발전이 수술대위에 오른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이명박 정부에선 국가균형발전은 실패한 정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총선이 끝나면 새 정부에서 '수도권규제완화'와 '지역균형발전 철폐'를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인 지난 2005년 2월 행정수도 건설에 대해 "군대라도 동원해서 막고싶은 심정"이라고 말한바 있다. 하지만 군대를 동원하지 않고도 행정수도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됐다. 당시 헌법소원을 내 행정수도를 행정도시로 끌어내린 이석연 변호사는 현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맡고있다.

이 대통령은 혁신도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한바 있다. 그는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만든다고 보상비를 쏟아부어 부동산투기를 일으켰다"며 "이대로 두면 텅빈 유령의 도시가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뒤틀린 심사가 그대로 묻어난다.

물론 국가균형발전 전략중 핵심으로 꼽히고 있는 혁신도시는 진작부터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과도한 도시규모, 촉박한 추진일정, 급등하는 땅값에 사업비도 천문학적이라 과연 제대로 추진될지 걱정스럽긴 했다.

여기에 혁신도시에 입주하는 공공기관의 반발도 만만치않았다. 인구분산이라는 본래의 취지도 퇴색할 가능성도 높았다.

서울에 소재한 전국지들도 국가균형발전을 공격하는데 앞장섰다. 모신문은 칼럼에서 아예 "수도권 규제는 선이요, 그것을 푸는것은 악이라는 단순논리가 흡사 종교적 신념처럼 굳어진듯 했다"고 비수도권에 대놓고 비아냥 거렸다.

이처럼 혁신도시 추진엔 많은 장애가 있다. 이명박 정부 입장에선 혁신도시의 문제점이 곳곳에서 눈에 띠는데다 공공기관도 반발하고 '조·중·동'까지 팔을 걷어 부치고 반대에 나서는 판에 아예 혁신도시의 간판을 내리고 국가균형발전도 폐기하고 수도권경쟁력 강화에 '올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수도권만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혁신도시는 전국 10여곳의 비수도권 주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겨주었다. 대다수 지방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인구 4천여만명에 면적이 중국의 50분에 1밖에 안되는 나라에서 그것도 전국토의 11.8%밖에 안되는 수도권을 집중육성한다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어차피 혁신도시의 성과는 15년 20년을 내다봐야 한다는 전문가도 많다. 해외 혁신도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인 프랑스 소피아앙티폴리스는 정착하는데 30년이 걸렸다고 한다.

국가정책의 신뢰성 상실은 그렇다치고 지방은 어떻게 할것인지에 대한 적절한 대안도 없이 국가균형발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론자들의 논리대로 정책이 성공했다고 치자. 그래서 기업 생산성이 좋아지고 경제도 활성화돼 대한민국이 선진국 문턱을 넘었다고 하자. 그래서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대로 GNP 3만달러를 돌파했다고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금도 지방은 고유가와 경기침체로 아우성이다. 수도권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것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나라'가 아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빈부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 국민의 마음도 갈라질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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