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원자재값 폭등 이어지는 후폭풍

고유가와 원자재값 상승이 생필품 가격인상으로 이어지면서 서민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지역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유가로 인한 물류비 증가와 밀가루 등 원재료값이 폭등하면서 지난 2월 라면값이 10~20% 오른데 이어 이달 들어 스낵, 아이스크림, 음료 등 주요 식품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오리온 '초코송이'와 '초코칩쿠키'는 각각 500원에서 600원, 1천원에서 1천200원으로 올랐으며 '콘칩'은 180g에서 225g으로 용량을 늘렸지만 가격을 2천원에서 2천500원으로 용량증가분보다 더 많이 인상시켰다.

특히 서민들이 즐겨먹는 삼겹살은 광우병 파동 등의 여파로 지난주 100g당 1천980원에서 2천230원으로 1주일 만에 무려 12.6%가 오르는 등 최근 1년 동안 가장 높은 가격인상폭을 형성하고 있다.

농협 하나로유통 관계자는 "연중 돼지고기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인 하절기에 접어들었고 최근 쇠고기·닭고기 기피로 이를 대체하려는 수요도 늘어난 상황인데 오히려 산지 출하량은 다소 줄었기 때문에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는 내달부터 LPG 공급가격을 올리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하고 구체적인 인상 폭을 저울질중이며 도시가스(LNG)가격도 조만간 오를 전망이다.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름값 탓에 당장 버스, 항공요금의 인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머지않아 큰 폭이든, 작은 폭이든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지난 1월 국토해양부에 시외버스 요금을 12.4~19.2% 올려줄 것을 요구했지만 물가 관리 대상 품목에 시외버스 요금이 포함되는 바람에 발목이 잡혀 있다. 그러나 경유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업계의 경영난도 깊어지고 있어 6월중 요금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국 533개 버스운송 사업자 모임인 전국버스연합회도 전날 유가 인상분을 반영해 요금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면서 6월중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노선을 30% 감축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제선 유류할증료 인상을 정부에 건의한 상태이며, 조만간 국내선 요금도 올리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 항공요금이 오르면 자연스럽게 철도 요금도 들썩거릴 것으로 예상돼 가뜩이나 유가 급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의 발이 묶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월 탄산음료와 주스 등 15개 제품 가격을 평균 7% 가량 인상했다.

대표 제품인 칠성사이다는 500㎖ 페트병 제품의 1병당 출고가를 575원에서 600원으로 올랐고 스카시플러스(포도)는 2천100원에서 2천250원으로, 2% 부족할 때(240㎖)는 350원에서 367원으로 올랐다.

해태음료 역시 3월까지 썬키스트, 후레쉬100 등 주스 제품류를 중심으로 13개 제품의 가격을 3~10% 올렸다.

원자재값 상승 여파는 소화제, 변비약 등 일반약값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제약은 마시는 소화제 '까스명수' 출하가를 7월부터 10% 인상키로 확정했다. 또 간장약 '쓸기담' 등 일반약과 모기약 '삼성킬라' 제품군 가격도 10% 가량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유명 일반의약품 제조사들이 6월께 가격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현재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올라있는 석유제품 가격을 보면 사상 처음으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경유 평균가격이 휘발유 평균가격을 앞질렀다.

이에 대해 청주시 상당구 용담동 주부 김모(37)씨는 "월급빼고 다 오르고 있다"며 "폭등하는 물가에 서민들만 죽을 판"이라고 말했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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