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 사회부

지난 10일은 '6·10 항쟁' 21돌이었다. 20년 전인 1987년 6월 10일, 대학생부터 넥타이 부대까지 '호헌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며 치열한 국민 항쟁 끝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의 시발점인 '6·29 항복 선언'을 이끌어 냈다.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는다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얻어낸 것이다.

20년이 지난 10일, '촛불문화제' 란 새로운 항쟁을 시작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문으로 전국적 촛불집회가 시작된 가운데 청주에서도 한 달 넘게 계속됐다. '6·10 항쟁'과 이번 촛불집회는 민주주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는 닮은 점도 있지만 그 양상과 내용 면에서는 전혀 달랐다.

이번 촛불집회는 시작부터 달랐다. 초중고생들이 '우리는 죽기 싫다. 안전한 쇠고기를 먹게 해 달라'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5월 2일 청주 철당간에서 시작된 촛불은 미약했지만 점점 거세게 타올라 지난 10일, '6·10 항쟁' 21주년을 맞아 열린 촛불집회는 최대 정점을 맞았다. 이날 아기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엄마부터 교복에 가방을 둘러 맨 중고생, 취업경쟁에 시달리던 대학생과 말끔한 정장차림의 직장인들까지 4천여명의 시민들이 촛불앞에 모였다.

시위 양상도 20년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시위대의 손에 각목과 쇠 파이프 등은 보이지 않았다. 한 손에는 촛불을 다른 한손에서는 피켓을 들었고 선두에서 노래와 춤을 추면 음악에 맞춰 손을 흔들고 어깨를 들썩이며 집회를 즐겼다. 하나의 잔치마당이었다. 또한 이번 촛불집회를 '평화집회'로 유도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위대 안전을 보호하는 등 경찰의 노력도 예전과 다른 점이다.

자신의 권리와 주장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당당하게 외치는 4천여명의 촛불시위자들. 이들의 목소리를 함께 들으며 안전을 지켜주는 공권력의 모습은 진정 대한민국의 미래였다.

/ leeds@jbnews.com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