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 제2사회부장 >
현대인들은 수많은 유리벽속에서 생활하는경우가 많다. 서로 속속들이 잘보이고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눈에 보이지않는 투명한 장벽이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소통'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가족의 소통을 코믹하게 그려낸 모방송의 개그프로그램 '대화가 필요해' 코너를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식탁에서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반전의 연속이다. 방학인줄 모르고 왜 학교안가냐고 대학생인 아들을 혼내는 가장, 곱슬머리인 부인에게 새삼스럽게 파마했냐며 관심을 보이는 남편의 썰렁한 멘트에 시청자들이 웃을수 있는것은 실생활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족간에도 서로 잘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너무 모를때가 많다. 이때문에 대화가 겉돌고 때론 사소한 말한마디에 상처만 입는 경우도 있다. 소통의 부재는 행복한 가정을 위협할 수 있다. 이때문에 진지하고 속시원한 대화는 가족간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것이다.

하지만 대화가 필요한 것이 어디 가정뿐일까. 국가와 국민, 지자체와 지역주민간에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산 수입쇠고기 사태는 여론수렴을 무시하고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한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넘어 정권타도라는 말이 나올만큼 확대된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전세계에서 쇠고기를 수입하는 나라는 96개국에 달한다고 한다. 이 정도면 지구촌에서 수입 쇠고기를 안먹는 사람들보다 먹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다만 국민건강을 생각했다면 수입조건을 더욱 철저히 따졌어야 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것은 협상과정에서 국민여론을 수용하지 않고 너무 서둘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맞는말이다. 국민건강에 대한 관심을 무시하고 졸속으로 처리하면서 50여일간 엄청난 댓가를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협상체결은 각종 '의혹과 괴담', '불신과 갈등'을 낳으면서 국정운영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안겨주었다.

소통의 부재는 정부와 비수도권도 마찬가지다. 혁신도시와 국가균형발전 문제도 비수도권 여론을 외면하고 수도권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또다시 홍역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여론수렴과 소통없이 혼자 독주하는 정치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사례에 대해 정부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지역주민의 여론과 동떨어진 사업추진, 지역주민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앞서나가려고 하는 자치단체장, 주민보다 자치단체장을 앞세우기 위한 행정은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다.

자치단체장에게는 지방선거 패배로 끝날지 모르지만 해당 지자체로 볼 때 지역발전에 역행할 수 있다.

소통이 막히면 불신을 낳고 신뢰의 상실은 민심을 이반시킨다. 내가 옳다는 독선적인 사고를 바탕으로한 강력한 리더십과 추진력은 한물간 패러다임이 되버렸다.

지자체 마인드가 주민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정책방향이 아무리 옳바르다고 할지라도 주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추진동력을 잃게된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 숫한 시행착오와 혈세낭비는 자치단체장의 '내 생각만 옳다'는 독선적인 사고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젠 지자체도 주민여론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지역의 미래가 달려있는 핵심 현안에 대해 주민토론회를 비롯한 다양한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통의 부재는 벽을 만든다. 하지만 진지한 대화는 벽을 허문다. 호미로 막을일을 석까래로도 못막는 경우가 생긴다면 모두에게 불행이다. 이명박정부의 위기는 가족이든, 지자체든, 국가든 소통과 여론수렴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