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위반사실에 출마 포기

충주 중원농협 조합장 선거에 무보수조합장이 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던 정종수 충주시새마을회장이 무보수 조합장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고 출마 의사를 접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평생을 새마을에 몸담아 봉사에만 매달려 온 정 회장은 최근 어려운 농촌을 위해 마지막으로 봉사하고 싶다며 중원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지역사회로부터 많은 신망을 받아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혔던 그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무보수로 조합장직을 맡겠다고 주장했으나 선관위에 문의한 결과 무보수 조합장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차선책으로 "보수를 받은 뒤 노인회관 등에 유류대로 전액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이 역시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미련없이 출마를 포기했다.

이 같은 정 회장의 결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봉사자의 모습"이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981년 새마을에 몸 담은 뒤 새마을지도자충주시협의회장, 새마을운동충주시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충주시새마을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새마을운동의 산증인이다.

평소 넉넉한 웃음과 친근한 모습으로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수년 전 충북 북부지역 공공기관유치배제철회위원장을 맡았을 때는 정부를 상대로 삭발 시위를 주동하는 등 다부진 모습도 보였다.

정 회장은 몸에 밴 부지런함과 검소함으로 새벽 4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두어 시간 정도 자신의 농사일을 한 뒤 자신의 봉사 터인 새마을회관으로 향한다.

그의 이같은 봉사 뒤에는 부인 오순연(59) 씨의 내조가 가장 큰 힘이 되고 있다.

15년 전부터 충주호리조트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는 오 씨는 "봉사에 보태 쓰라"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자신의 월급 전액을 정 회장의 지갑에 채워주고 있다.

한 번은 이원종 전 지사가 정 회장에게 "당신은 충북에서 가장 장가를 잘 간 사람"이라며 자신이 차고 있던 팔찌를 끌러주며 부인에게 갖다 주라고 한 적도 있다.

정 회장은 "평생을 봉사자로 살기로 한 사람이 보수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먼저 들어 출마를 포기했다"며 "앞으로 남은 기간도 지금처럼 묵묵히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정구철 / 충주

gcjung@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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