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영 / 前 청주고 교장
원형이정(元亨利貞), 세월의 흐름 속에 뜰 앞에 꽃들이 지고 푸른 잎들이 돋아나 계절의 변화를 알리고 있다. 오랜만에 교외로 나섰다. 밭에는 새싹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모술수와 이해관계에 얽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자연 속에 묻히다 보면 그렇게도 마음이 편할 수가 없다. TV에 연일 등장하는 전직 고위층과 주변 인물들의 수십억대의 검은돈에 관한 소식들은 폐휴지를 주워 하루에 몇 천원을 손에 만져보는 나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준다.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이고, 행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상서(尙書)에 민유방본(民惟邦本)이라고 '오직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목민심서에 시민여상(視民如傷), '백성을 상한 데가 있는 듯이 보라'고 위민행정(爲民行政)하기를 권하고 있다.

봄이 오면 나목(裸木)에 새순이 돋아나고 꽃들이 피어오르며 힘들게 살아가는 민초(民草)들에게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여름이면 신록이 푸르름을 더하며 힘찬 태양아래 삶의 의욕을 북돋운다.

경세통신(輕世洞信)에 나라의 정치가 반듯하면 천하의 인심이 순종하게 되고(國正天心順), 나라 관리가 깨끗하면 백성이 절로 편하게 된다(官淸民自安)고 이르고, 논어(論語)에 기신정불령이행(其身正不令而行)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이여!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민초(民草)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희망을 심어주는 믿음을 심어주는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가. 오래전 대기업 사장이 특강에서 구두에 징을 밖아 신었던 현대 그룹 창업자이신 정주영 회장의 검소한 생활을 소개한 기사를 읽었다.

지난날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내신 하버드 대학 출신인 함병춘 씨는 구두를 꿰메어 신고 다니는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권력 주변에는 왜 그리도 기생하는 독버섯이 많은가. 주변 정리 좀 잘 할 수는 없는가. 수 십억, 수백억. 살아가는데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것일까.

우리는 지금 국내외 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농촌에는 젊은이가 없고, 수입개방 속에 판로를 잃어 실의에 빠져 있고 서민들은 하루를 살아가기 힘든데 고위층을 지낸 사람들은 날이 새면 수십억을 챙기고 쇠고랑을 차고 교도소로 들어가는 모습은 땀 흘려 살아가는 이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한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고 하지 않는가. 윗자리에 앉은 사람은 남에게 의심받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일은 피해야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고위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 윗자리에 오를수록 지위에 걸맞는 행동이 뒤따라야 하고 주변 정리를 잘해야 한다.

우리는 이승만 대통령이나 최규하 대통령 영부인의 검소한 생활이 널리 알려진 일이기에 전직 대통령이 쇠고랑 차고 교도소로 향했어도 위로를 삼을 수 있었다. 이봄에 이제 자연의 모습을 닮아 순리대로 살아가도록 노력하자. 김재영 / 前 청주고 교장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