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여자, 음악, 사랑이다. 모성애를 음악으로 표현한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는 자로 잰 듯한 감동을 전한다. 오합지졸 합창단의 성공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모정이 뿜어내는 슬픔이 한데 어우러지는 감동의 하모니다.

영화는 인물 개개인에게 면죄부를 주고 출발한다. 폭력남편을 우발적으로 살해하고 10년형을 언도받은 ‘정혜’(김윤진), 바람난 후배와 남편을 차로 받아버리고 사형수가 된 ‘문옥’(나문희),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의붓아버지를 죽이고 만 ‘유미’(강예원) 등 저마다 아픈 사연을 안긴다. 뉴스에 날 법한 기상천외한 범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이들도 있다. 어쨌든 극악무도와는 거리가 있는 정당방위적, 생활형 범죄자들은 영화가 부여하는 면죄부다.

슬픈영화 속 아기의 존재는 옵션이다. 아기가 귀여울수록 슬픔은 배가된다. 하모니의 모든 요소요소에서 치밀하게 슬픔을 작위한 흔적들이 발견된다. 여느 슬픈 영화들의 시한부 코드는 18개월까지만 교도소 안에서 아기를 돌볼 수 있다는 규율로 대체하고 있다.

아들 ‘민우’와 특별 외박(특박)을 얻기 위해 정혜는 여자교도소 내 합창단을 구성한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지경의 제멋대로 합창단이다. 영화는 음대교수 출신 문옥을 지휘자로 앉히고, 세상과 등진 유미를 끌어들이는 과정을 일종의 공식처럼 밟는다. 이후 기나긴 연습과정은 몽타주 기법으로 생략, 축약된다.

오합지중이 일구는 성공 스토리는 흔한 소재다. ‘시스터 액트’ ‘스윙걸즈’ ‘워터 보이즈’ 등 코믹한 감동을 출력하거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같은 반향을 이끌어내는 내러티브다. 영화 ‘국가대표’ 혹은 예능프로그램 ‘천하무적 야구단’까지도 비슷한 감동 구조를 택했다. 그 중에서도 영화 하모니는 시스터액트와 가장 근접해 있다.

정혜는 꿈에도 바라던 특박날, 아들을 입양 보내게 된다. 슬픔을 놓을 잠시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영화는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의 경과를 자막으로 띄운다.

영화는 우연을 가장한 필연을 거듭하면서 정밀하게 계산한 감동을 이끌어낸다. 치밀한 구성과는 별개로 입모양과 목소리는 불협이다. 사형제도까지 부활시켜 작위적인 비극을 연출한 결말은 찜찜한 기운을 남긴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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