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재개발지 심야취재

청주시는 도심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곳곳이 개발 구역으로 지정되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공사가 시작도 못한 채 장기간 방치된 지역이 13곳이나 된다.

이들지역의 빈집이 5천세대가 넘는다. 이곳은 밤마다 노숙자들의 생활지나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이용돼 도시 우범지역으로 변하고 있다. 가로등조차 설치되어 있지 않아 주민들은 이 지역을 피해 다른 곳으로 통행할 정도다.

지난 17일 경찰은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방범진단을 펼쳤다. 지난해 9월 발생된 청주 무심천 '장평교' 40대 부녀자 살인사건 용의자 검거와 부산여중생 살해사건 등에 대한 청주지역의 방범진단이 목적이다. 경찰의 심야 방범진단에 대해 동행 취재했다. / 편집자
 


봄을 시샘하듯 함박눈이 내리던 지난 17일. 밤 7시께 재개발을 앞두고 있는 청주시 상당구 내덕동 주택가. 부산 여중생 납치 살인사건으로 인한 불안감 때문인지 초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인적이 끊긴 채 고요함만이 흘렀다.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빈집들은 낡은 대문 사이로 말라 죽은 잡초가 한 눈에 들어온다. 조심스럽게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요함이 흐르던 '삐그덕' 하는 소리가 나고 숨 죽인 주변의 공기는 차가운 바람과 함께 음산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경찰은 굵은 눈보라 사이로 손전등을 밝히며 신속하게 빈집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술병과 음료수 빈 캔들이 나뒹글고 있어 노숙자나 청소년들이 다녀갔다는 것을 짐작케 했다. 일순간 빈집에는 긴장감이 흘렀고 경찰은 일일이 문을 열고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

거센 눈발에 제복이 젖는 것도 모르고 같은 방법으로 빈집을 수색하기를 수차례. 몸에 뜨거운 열기가 오른다.

이 지역은 대로변에 인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민들이 다른곳으로 이주해 빈집들이 많은데다 가로등도 드물고 경찰차가 순찰을 돌기에는 길이 좁아 한눈에 보아도 범죄 취약지역으로 보인다.

특히 재개발로 서민들의 주거형태가 불안하고 경찰의 방범활동이 미진한 것은 부산 김길태 사건이 재연될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해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주민 A(53)씨는 "학생들이 수업이 10시에 끝나거나 학원을 마치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학생들은 집에 빨리 가기위해 큰 길보다 좁은 골목으로 다니기 일쑤"라며 "가로등도 많이 없고 빈집들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늦은시간 귀가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골목길 돌며 일일이 빈집 순찰을 마친 밤 9시께 20분께 경찰은 유동인구가 많은 청주대 정문 상가 주변으로 발길을 돌렸다.

"실례합니다." 인사와 함께 신분을 밝힌 경찰은 시민에게 지난해 9월 장평교 40대여성 살인사건 용의자의 모습이 담긴 수배전단지를 보이며 수사협조를 요청했다. 한참 동안 수배전단지를 보던 편의점 주인 B(43·여)씨는 "아직까지 안 잡혔나봐요. 요즘에는 밤에 혼자서는 절대 다닐 수가 없는 것 같다"며 "하루빨리 범인이 잡혀야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을 텐데"라며 우려했다. 경찰은 상가에 전단지를 붙이고 나서야 "감사합니다"란 인사를 남기고 나간다.

경찰 관계자는 "부산 여고생 살인사건 덕분일 수도 있지만 장평교 살인사건이 공개수사로 전환 된 후부터 시민들의 관심이 많아 졌다"며 "발품을 팔고 돌아다닐수록 힘은 들지만 많은 시민들이 알게 될 것이고 수사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범인을 꼭 잡아야 한다"며 "그래야 나도 안심하고 자식을 키울 수 있다"고 말한뒤 하얗게 내리는 눈 속으로 살아졌다.

이날 청주상당경찰서는 수사과 형사 80명을 투입해 밤 12시까지 관내 전역에서 방범진단활동을 펼쳤다. / 신국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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