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 확대에 격한 감정 드러내

 

 

"자기네들이 김정일입니까 김일성입니까. 누구 재산인데 정부에서 마음대로 살처분 대상지역을 확대시킨다고 하는 겁니까"

구제역 발생농장에서 불과 1㎞정도 떨어진 충주시 신니면 원평리에서 한우 100여 마리와 젖소 4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박모(46) 씨는 살처분 대상지역을 500m에서 3㎞로 확대시킨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 분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이 개인의 재산권 보장인데 당사자인 축산농가들의 동의도 없이 자기네들 마음대로 살처분을 확대시킨다는 것이 말이나 됩니까"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소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씨는 축사와 소를 구입하기 위해 많은 돈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딘가에 전화를 걸던 박씨는 "인근 축산농가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며 "절대 이럴 수는 없다"고 격한 감정을 내뱉었다.

신니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김모(61·여)씨는 "신니면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했다는데 도대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몰라 면사무소에 들렀다"며 "도대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000년 구제역이 발생한 신니면 마수리에서 소 21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0년 구제역으로 기르고 있던 소를 모두 살처분하고 농협에서 돈을 빌려 소 4마리를 다시 구입, 겨우 21마리로 늘려 놓았는데 이번에 다신 이런 일이 생겨 막막하기만 하다"고 탄식했다.

김씨는 "그동안 가축시장도 폐쇄돼 소 한 마리도 처분하지 못한 채 이런 일을 다시 당하게 됐다"고 푸념했다.

이 지역 축산농가들은 삼삼오오 모여 향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 지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이었으나 마땅한 대책이 없어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한숨들만 내쉬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하필이면 또 우리마을이냐"며 "굿판이라도 벌여야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니면은 지난 2000년 4월 11일 마수리에서 구제역이 발생, 홍역을 치른데 이어 꼭 10년 만에 다시 구제역이 발생했다.

이날 충주시청 축산과 직원들은 대부분 현장으로 달려 나가고 사무실에 남은 서너 명의 직원들이 여기 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살처분 규모 등 상부기관의 방침이 바로 전달되지 않아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대부분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된 전 날부터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사무실에서 김밥 몇개로 끼니를 대신하며 밤을 새운 상태였다.

한 직원은 "10년 전 구제역 때문에 고생한 생각을 하면 지금도 치가 떨린다"며 "얼마가 지나야 이 재앙이 끝날 지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정구철 / 충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