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여름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남아공월드컵이 12일(한국시간)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팀 성적과 함께 32개국 사령탑의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감독들에게는 극찬이 쏟아졌지만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았다.

▲'무적함대' 첫 우승 이끈 델 보스케 감독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60)은 유로2008이 끝난 뒤 '무적함대' 지휘봉을 잡았다.

유럽을 정복한 루이스 아라고네스 감독(72)의 뒤를 이은 터라 그 부담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월드컵 우승에 목이 마른 스페인 국민들은 1등 외의 성적은 인정하지 않을 듯 했다.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남아공에 입성한 델 보스케 감독은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패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평소 스페인 스타일처럼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지만 한 방에 무너지면서 조별리그 탈락 위기에 놓였다.

그러나 이내 분위기를 수습한 델 보스케 감독은 포르투갈, 독일 등 전통의 강호들을 물리치며 승승장구했고 결승전에서는 네덜란드까지 제압하며 스페인의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오렌지 군단'의 수장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 감독(58)도 명장 반열에 올라섰다. 2007~2008년 이천수(29)가 뛰던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사령탑으로 국내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델 보스케 감독과 마찬가지로 유로2008 이 후 대표팀을 맡았다.

판 마르바이크 감독은 공격 위주의 '토털사커'를 추구하던 네덜란드에 수비 안정감까지 더하며 조직력 강화에 초점을 뒀고, 결국 이는 남아공월드컵 유럽예선 8전 전승 및 본선 6연승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을 사상 첫 원정 16강으로 이끈 허정무(55)와 오카다 다케시 감독(54)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두 감독은 월드컵 직후 나란히 사임을 선언했다.

▲체면 구긴 두 슈퍼스타

디에고 마라도나(50)와 카를로스 둥가 감독(47)은 선수 시절과는 달리 감독으로 나선 월드컵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마라도나 감독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뚜렷한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그의 선수 생활은 화려함 그 자체였다.

그는 1986년과 1990년 두 차례 아르헨티나 대표선수로 월드컵에 나서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1회씩 경험했다.

이번 남아공월드컵은 마라도나가 사령탑으로 나선 첫 번째 월드컵이다. 어렵사리 지역예선을 통과한 마라도나 감독은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마쳐 상승세를 타는 듯 했지만 독일과의 8강전에서 패하며 귀국길에 올랐다.

그래도 마라도나 감독에 대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애정은 여전했다. 우승 실패로 화가 나긴 했지만 팬들은 공항으로 마중 나가 대표팀을 따뜻하게 맞이해줬다. 일부 열성팬들은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로 찾아가 마라도나 감독의 유임을 주장하기도 했다.

1994미국월드컵 우승멤버인 둥가 감독의 남아공월드컵도 순탄치는 않았다. "화려함 보다는 실리 축구로 우승을 노리겠다"고 공헌한 둥가 감독의 브라질은 네덜란드에 막혀 두 대회 연속 4강 진출에 실패했다.

둥가 감독은 마라도나 감독과 정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다. 국민의 비난에 시달린 둥가 감독은 제대로 된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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