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에 한 번 월드컵은 스타들의 등용문으로 통한다. 전 세계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월드컵은 젊은 선수들이 이름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기회다.

뜨는 해가 있다면 지는 해도 있는 법. 그동안 국가를 위해 최선을 다한 스타들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월드컵과 이별을 고했다.

독일의 미로슬라프 클로제(32. 바이에른 뮌헨)는 명예롭게 대표팀을 떠나는 경우다. 2002한일월드컵과 2006독일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 주전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3회 연속 월드컵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에서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요아킴 뢰브 감독(50. 독일)은 주저 없이 클로제를 주전 공격수로 선택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호주와의 조별리그에서 3개 대회 연속 골에 성공한 클로제는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도 골맛을 보며 팀을 8강전에 올려놓았다.

3일 열린 아르헨티나전은 클로제의 위력을 확인시켜준 경기였다. 이날 클로제는 혼자서 2골을 몰아 넣으며 4-0 대승에 앞장섰다. 나머지 경기에서 골 추가에 실패해 통산 14골로 '축구황제' 호나우두(34. 코린티아스)의 15골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그의 마지막 월드컵은 누구보다 화려했다.

네덜란드 '캡틴' 히오바니 판 브롱크호르스트(35. 페예노르트)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 경기 선발 출전한 그는 전성기 못지 않은 기량으로 네덜란드를 32년 만에 월드컵 결승으로 이끌었다.

덴마크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센츄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장)에 가입하는 겹경사를 누렸고 우루과이와의 4강전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그림 같은 중거리 슛을 터뜨리기도 했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영표(33. 알 힐랄)도 마지막 월드컵을 알차게 보냈다. 그가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4년 뒤 못 본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다.

기량과 체력에다가 유럽에서 갈고 닦은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이영표는 허정무호의 왼쪽 측면을 확실히 책임졌다.

귀국 후 가진 환송회에서 "후배들이 큰 경기에서 담대하고 당당하게 경기하는 모습을 보며 자랑스러웠다"고 밝힌 이영표는 "4년 뒤에는 이 선수들이 얼마나 더 성장할 것인지 기대감을 가졌다"고 후배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이들과는 대조적으로 파비오 칸나바로(37. 알 알리)는 초라한 모습으로 월드컵에서 물러난 대표적인 선수다.

독일월드컵에서 신들린 수비로 이탈리아에 4번째 트로피를 선사한 칸나바로는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거칠기로 유명한 이탈리아 팬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1998프랑스월드컵 우승과 독일월드컵 준우승 등 지난 10여 년간 프랑스 축구 영광의 순간들을 함께 한 티에리 앙리(33. 바르셀로나)는 별다른 기회조차 잡지 못한 채 쓸쓸히 월드컵 무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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