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보은 회인中 교사 · 시인

비오는 날/ 이다경(충주 중앙초 5)

비 오는 날
비들이 이사를 갑니다.
시냇가로 가고, 바닷가로도 갑니다,
긴 여행이지만 큰 세상과 만나 신들이 났습니다.

비 오는 날
비들이 친구들을 만납니다.
거미줄에 걸려 거미친구와 그네를 타며 인사도 나누고
풀잎에 앉아 풀잎 친구를 간지러 주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만나 신들이 났습니다.

비 오는 날
비들이 소풍을 갑니다.
산으로 들판으로 소풍을 갑니다.
소풍이 끝나면 우리집 창문으로 날 보러 옵니다.
빗방울과 난 신들이 났습니다.

구름/조영민(회인중 3)

구름
구름은 세계 일주를 한다.
오늘은 우리 집
내일은 외할머니 집
세계 일주를 하다
화가 나면
번개를 치고
슬프면
비를 내리고
기분이 좋으면
따뜻한 햇살을 주고
기분이 우울할 땐
눈을 내린다.

세계 일주를 하다 먹구름을 만나
한바탕 싸우기도 하고
가끔씩은 날아가는
비행기 소리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지
그러다 그러다
구름은
세계 일주를 마치고
우리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위의 두 시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이 각기 쓴 것인데, 발상이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순수한 마음에 비치는 세상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세상을 사람과 같은 것으로 보는 의인법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디 하나 손볼 데 없는 완벽한 상상력입니다. 읽으면서 편안해집니다. 의인법으로 본 세상을, 자신의 생각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묘사로 일관하여 보여주는 수법을 쓰고 있습니다. [1+2]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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