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의 평가

창의교육을 아주 간략히 묘사하면, 학생들이 조사하고 토론하여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수업이라고 답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토론은 조사와 함께 창의교육을 이루는 두 가지 축 중 하나입니다. 이 점은 자기주도학습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채색이 다를 뿐입니다. 결국 요지는 조사와 토론입니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조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사에 대해서 더 할 말이 있는데 우선은 시작한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어떻게 포장되던 조사와 토론교육이 미래형교육이라면, 토론에는 미래교육의 방향이 들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미래가 현재의 반성위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을 전제하면, 미래교육의 방향은 현재교육의 한계점에서 구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토론교육은 현재교육의 한계점에 대한 반성을 지향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논제에 대한 '집중력'과 '논증력', '창의력', '협동심', '태도'를 토론교육의 평가항목으로 삼는데 동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개되어 있는 수개의 채점기준을 검토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먼저, 세련미와 같은 말의 표현력을 평가항목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러나 말재주는 웅변의 목표일지언정 토론교육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둘째, 토론수업을 하다보면 감점을 주고 싶을 때도 있는데 대부분의 채점기준표에는 감점항목이 없습니다. 셋째, 어떤 것은 지나치게 모호합니다. 넷째 거꾸로 어떤 것은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거는 정확한가, 반론은 어떠한가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네 번째의 채점기준은 현재 흔히 행해지는 규격화된 토론형식에는 그럭저럭 어울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론과 반론을 말하고 상대 쪽에서 1반론을 다시 반대 쪽에서 2반론을 한다. 3분간 작전회의를 하고 .... 이런 식으로 경직화된 토론이 있습니다. 그런데 미래형교육으로서 토론의 목표인 창의성은 경직화와 상충됩니다. 따라서 이런 경직화된 토론을 미래형교육의 방안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고 상기의 채점기준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상의 내용이 새로운 채점기준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 논의만을 근거로 갑자기 새로운 채점기준을 제안한다면 비약을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지면을 핑계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지나치게 모호해서도 안 되고 또 지나치게 세분화되어서도 안 되며, 토론의 요소가 아닌 실제로 드러나는 흐름을 중시해야 한다는 기준아래서 다음과 같은 채점기준표를 제안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감점

감점 3점: 논증력과 집중력, 협동심-쟁점을 놓치는 경우, 논제와 무관한 발언, 상대의 공격과 방어에 대한 엉뚱한 대응, 구성원사이에서 다툼이 있는 경우

감점 2점: 집중력, 협동심-참여인원 중 1인의 발언이 전무한 경우(혹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평가해야 하는 경우), 참여인원 중 1인의 발언이 다른 구성원전체의 발언보다 지나치게 많은 경우(네 배 이상 많은 경우를 지나치게 많은 경우로 한다.), 상대가 이전에 정확하게 했던 말을 듣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했음이 분명한 경우

감점 1점: 태도-한쪽에서 3분을 넘지 않는 다른 쪽의 의견을 3회 이상 끊고 들어오는 경우, 지나치게 장황한 설명

2) 가 점

가점 3점: 논증력, 집중력, 창의력-상대의 모호한 주장을 정리해주면서 모순을 지적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 상대의 정확한 공격을 인정하면서도 논의의 쟁점을 바꿈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지 않는 경우,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보이는 경우

가점 2점: 논증력, 집중력-(상대의 발언을 정리해줌이 없이) 상대의 주장에 숨겨져 있는 모순을 찾아내서 공격한 경우, 상대의 공격에 있는 모순을 찾아내서 반박한 경우,

가점 1점: 논증력, 태도, 창의력-쟁점, 전제, 숨겨진 전제(암묵적 전제), 주장, 결론, 이유 등의 논증관련 용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경우, 유머 등을 구사해서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경우(재미있는 비유를 들어서 논거로 사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



이 기준은 9월 25일에 시행될 예정인 중부매일 주최 '제1회 충청북도 초중고 학교대항 토론대회'에서 쓰일 것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오늘 제안한 토론의 채점기준표에 대해서 더 말한 후, 여유가 된다면 조사(survey)와 교육 그리고 교과서에 대해서 따져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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