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충주 르포


"올 봄에 그렇게 고생을 하고 겨우 잊어버릴만 하니까 다시 구제역이라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충주시 앙성면에서 한우 1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한 축산농민은 전날 충주에서 신고된 구제역 의심소가 양성으로 확인됐다는 소식에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이제는 정말 소 사육을 그만둬야겠다는 생각 밖에는 없습니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표정이었다.

구제역이 발생한 앙성면은 28일 주민들은 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눈이 내리는 가운데 방역작업에 나선 공무원들만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앙성면 능암리 이동초소에서 생석회를 뿌리던 공무원들은 "신니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 봄에도 며칠씩 집에 들어가지 못한 채 밤샘근무를 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더 고생을 해야할 지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앙성온천으로 유명한 능암마을에는 앙성농협이 운영하는 한우직판장 '참한우 마을'이 미식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이번 앙성면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참한우 정육판매장에는 평소의 부산하던 모습과는 달리 매장에서 서성이는 직원들만 눈에 띄고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찾기가 힘들었다.

'참한우 마을' 책임자인 최한국 앙성농협 상무는 "지난 번 신니면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도 우려했던 만큼의 타격은 없었기 때문에 이 번에도 큰 여파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설명과는 달리 이날 참한우 정육직판장은 물론, 정육직판장과 연계해 운영하고 있는 인근 11개 참한우 식당에서도 손님들의 모습을 거의 보기 힘들었다.

식당 주인 이모(40·여)씨는 "당장 오늘도 전 날에 비해 매출이 30% 정도 줄었는데 구제역 발생 소문이 난 뒤 앞으로 얼마나 손님이 줄어들 지 큰 걱정"이라며 "그동안 주말에는 주차장에 차를 댈 수가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는데 일단 이번 주말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이 구제역을 대서특필하면서 오히려 우리같은 사람들의 피해를 부추기고 있다"며 기자에게 다소 원망 섞인 말을 내뱉었다.

앙성농협이 지난 2008년 5월 개장한 참한우 정육직판장은 지난해 6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상태다.

하지만 이날 마주친 참한우마을 식당 주인들의 낮빛은 어둡게만 보였다.

구제역이 발생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은 이날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눈 속에 파묻힌 조용하고 평온한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모습이었다.

겉 모습과는 달리 마을 입구에는 앙성면 직원들이 전 날부터 밤샘 교대근무를 서며 철저히 차량과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호영 앙성면 개발담당은 "추운 날씨에 근무를 서는 우리들도 고생이지만 직접 피해를 입은 농가들을 생각하면 고생이라는 말은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한다"며 "이번 구제역 파동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정구철 / 충주

gcjung@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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