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식목일 앞둔 옥천 이원 묘목시장을 가다

전국 최대 묘목 주산지로 각광 받고 있는 충북 옥천군 이원면 묘목 농가들이 구제역 파동의 여파로 묘목 축제가 취소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겨 매출 감소로 울상을 짓고 있다. 또 지난겨울 유례없는 겨울 한파로 인한 동해(凍害)가 발생돼 과실수를 비롯한 조경수들의 출하량이 급감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농가들은 매출 감소와 가격상승, 경영난 등 악순환이 지속될 경우 문을 닫는 영세업체들이 나올 수도 있다며 우려하는 분위기다.

"주문이 몰리면 뭘 해 나무가 있어야 팔지."

지난 28일 오후 충북 옥천군 이원면 경민농원 염진세(56) 대표는 연신 걸려오는 주문 전화로 숨 돌릴 틈이 없다. 전화가 끝나면 묘목을 사러 온 농민들과 잇따라 흥정을 하면서도 영 얼굴이 밝지 못한 모습이다.

 

 


약 30분간 정신없이 나무를 판 염 대표는 그제 서야 차 한 잔을 권한 뒤 "올해 묘목 축제가 취소돼 정말 걱정"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염 대표는 "해 마다 묘목 축제를 전후해 전국에서 손님들이 몰려 수백만 주의 묘목이 거래되는데, 축제가 취소돼 200억~300억 원의 매출이 감소될 것으로 우려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야 30여 년간 묘목을 하면서 전국적으로 고정 거래처가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신생 농원이나 영세한 업체는 문을 닫는 곳도 생길 것으로 예상 된다"고 덧붙였다.

 

 

충북 옥천군 이원면에는 600여 농가가 150㏊에서 한해 1천500만 그루 과수, 조경수를 생산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이곳은 보통 3월 초 부터 50일 정도 묘목시장이 형성되는데, 그동안 묘목농가들과 지자체가 합심해 노력한 결과 최근에는 전국 묘목 유통량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 충북 옥천 이원묘목단지 농민들이 구제역의 여파로 묘목축제가 취소되고 일부 묘목이 동해(凍害)를 입어 출하를 못하면서 영세한 묘목농원은 예년에 비해 매출이 크게 감소해 힘겨운 실정이다. /김용수

 


올해는 지난 25~27일 이원면 건진리 이원묘목유통센터 일원에서 제13회 옥천이원묘목축제를 개최하려 했으나 구제역으로 다음달 8~10일로 연기했다가 결국 취소됐다.

이 지역 묘목 농가들은 지난겨울 한파의 영향으로 동해 피해도 속출해 사과, 복숭아, 배 등 과실수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지만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또 다른 시련을 겪는 모습이다.

이원면 A 농원은 감나무 묘목 10만 주가 동해로 고사하고, B 농장은 감·매실·복숭아 묘목 등 총 7만여 주의 묘목이 동해로 시장에 나오지 못해 전국 농가에서 과실수를 사러 몰려들고 있지만 아예 팔지도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동해 피해로 감나무와 포도 묘목은 아예 없다는 것이 묘목농가들의 설명이다.

이날 경북 김천에서 온 김모(49)씨는 "전화로 감나무 주문을 하려 했는데 묘목이 없다고 해 차를 몰고 직접 사러 왔는데도 결국 묘목을 구입하지 못했다"며 허탈해 했다.

이는 묘목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2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의 시장상황이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묘목농가들은 구제역 파동으로 축산농가 보호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는 이해하면서도 막상 실질적인 수입이 끊기고 묘목의 유통 시장이 흔들리자 불만의 소리도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원면 묘목농가 관계자는 "정부에서 구제역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축산농가에 대해서는 보상금을 주지만 동해 피해 농가는 사실상 지원책이 없는 것 아니냐"며 "같은 농민인데 억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밝혔다.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 관계자는 "취소된 축제 예산을 농가에게 농약이나 농자재로 지원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옥천이원묘목영농조합은 2~3일 이틀간 이원묘목유통센터 일원에서 묘목 나눠주기 행사를 자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 유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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