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박정원 건국대 언어교육원 교수

눈 작은 아이가 스티커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포샵하려고 '잡티제거' 기능을 선택한다. 출력해보니 어라? 사진에 눈이 없어졌다.

빵집에 망토 입은 여자 아이가 들어서자 주인은 팔 없는 아이인 줄 알고 지극 정성 빵을 골라 아이의 목에 걸어 주기까지 한다. 주인이 머쓱해 할까봐 어깨로 빵집 문을 열고 나온 아이, 정말 황당하다.

하나님께서 아담의 외로움을 더시려고 그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드신다. 그런데 하나님, 잠든 아담을 보시다 말씀하신다. "아담아, 오늘은 푹 자거라. 내일부터 안락한 숙면은 물 건너 갈지니…"

난 날씬하고 건강해지기 위해 열심히 운동했다. 그런데 운동 중 골절에 인대손상까지… 헐, 지금 두 달째 목발신세다. 몸만 탈난 게 아니라 짜증도 늘었다. 몸 생각하다가 결과가 이 모양이 됐으니 의도가 아무리 좋았다고 하소연 한 들 무슨 위안이 되겠는가.

사람이 살면서 의도했던 결과를 반드시 얻는다면? 그게 가능키나 한 것일까. 대개의 경우 타인이나 나를 기쁘게 하려던 것이 다른 이에게 혹은 나 자신에게까지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이를 어쩌랴. 좋은 의도와 나쁜 결과라는 아이러니는 살다 보니 참으로 익숙하다.

심리치료법 중에는 '역설적 의도'라는 용어가 있다. 심리학자인 빅터 프랭클(Victor Frankle)이 처음 사용한 말로 사람들이 가지는 불안 그자체 보다는 불안에 대한 불안이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보고 이를 피하려는 의도로 인해 오히려 이를 초래하는 좋지않은 결과가 그것이다.

나는 많은 불면의 밤에 잠을 제대로 못잘까봐 지레 걱정하면서 잠자리에 들곤 했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가 양 천마리가 되도록 숫자를 세며 잠을 청하다 보니 잠을 자려는 의도가 오히려 잠을 방해했다. 이를테면 '역설의 의도' 때문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대한 심리치료는 잠자리에 누워 잠을 자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오랫동안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잠이 안올 때는 편한마음으로 공부도 하고 편지도 썼다. 신기하게도 언제인지 모르게 어느새 잠들게 되는 것이었다.

뒤돌아 보면 난 내 기준대로 상대를 사랑하고 내 의도대로 상대에게 베풀어 오히려 그를 불편하거나 부담스럽게 만들었던 적이 많았다.

이제부터는 되도록 솔직하게 내 생각을 상대에게 전할 참이다. 더불어 상대의 의중을 솔직하게 털어놓도록 편안한 공간을 줄 참이다. 사람들에게 나는 내 의도가 아니라 내 행동과 그 사람과의 관계가 맺어 주는 결실로 평가받는다는 걸 알기에….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