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정종병 時兆社;敎役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나/ 아~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김동환이 지은 시에 작곡가 조두남이 곡을 붙인 가곡으로 마음에 여유로움을 찾게 하는 노래다. 이때 쯤 자주 흥얼거려보지만 항상 마음에 기쁨이 넘친다.

5월을 계절의 女王이라 하지 않는가? 왜냐하면 5월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된다.

눈을 들어보면 하늘과 땅을 바라보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꽃이 진 자리에 초록의 잎새가 온 대지에 가득하다.

꽃은 잠깐이지만 초록의 잎새는 가을 단풍이 들 때까지 오래오래 간다. 사람들은 꽃을 보고 환호하지만 꽃보다는 초록의 잎이 더 환상적이다. 꽃은 벌과 나비가 놀이터가 되어 종족번성과 보존으로 이어지고 초록의 잎은 사람에게 이산화탄소를 흡입하고 산소를 내 놓는다. 그래서 숲에 들어가면 얼마나 상쾌하여 폐부까지 느끼는 그 짜릇함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값진 것이다.

숲이 주는 혜택은 신체적인 건강만이 아니라 마음과 영혼까지 맑고 정결케 하는 효험이 있다.

미국의 소로의는 숲 속에 들어가 월든에서 오두막을 짓고 글을 쓰면서 '내가 숲에 들어간 이유'를 썼다.

"죽을 때가 되어서 자신이 진정한 삶을 살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고하는 꼴이 되고 싶지 않았고, 인생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다. 산다는 것은 이토록 소중한 일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설령 인생이 별 볼일 없음을 알게 된다 하더라도, 그 진정한 별 볼일 없음을 완전히 손에 넣어 세상에 공표하리라 마음먹은 것이다. 무엇이든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이양하 님의 수필 '신록예찬'에서도 숲을 노래하고 있다.

"사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우리의 마음에 참다운 기쁨과 위안을 주는 이상한 힘이 있는 듯하다. 신록을 대하고 있으면, 신록은 먼저 나의 눈을 씻고, 나의 머리를 씻고, 나의 가슴을 씻고, 다음에 나의 마음의 구석구석을 하나하나 씻어낸다. 그리고 나의 마음의 모든 티끌-나의 욕망과 굴욕과 고통과 곤란이 하나하나 사라지는 다음 순간, 별과 바람과 하늘과 풀이 그의 기쁨과 노래를 가지고 나의 빈 머리에, 가슴에, 마음에 고이고이 들어 앉는다."

아내가 얼마전 호흡곤란과 산소부족으로 중환자실에 있었다. 폐 기능이 약하되어 몸 안에 산소가 부족해서 인공적으로 산소를 흡입해 주어야 했다. 건강한 자에게는 산소의 소중함을 결코 알지 못하지만 병약자에게는 산소가 생명을 이어가는데 절대적이다.

숲 속 산소처럼 평소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부모, 형제, 부부, 자식, 이웃은 우리에게 산소같은 존재이다. 푸른 잔디에 누워 하늘을 우러러 보고 살랑거리는 신록의 나무잎을 쳐다보면서 5월의 사랑의 노래를 불러 본다면 행복이 바로 내곁에서 춤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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