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정종병 時兆社;敎役

아침 병실 창가에 쏟아지는 햇빛은 너무나 찬란하다.

지난 3주간 삼성서울병원에서 각종 검사와 첨단장비로 진단을 받았지만 뚜렸한 치료방법을 찾지 못하고 퇴원했다. 뇌를 열어 조직검사까지 했지만 치료의 실마리가 되는 아무런 병원균을 발견하지 못했다. 의학의 한계를 느낀 보호자로서 인체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창조주를 향한 마지막 절규 밖에 할 수 없었다.

"찬란하고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작은 한 늙은이가 하늘을 우러러 보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아내와 어머니의 자리가 필요한 때가 아닙니까? 30년 전 하늘이 가정을 허락하셔서 복의 통로로 이웃과 사회를 향해 세워주셨지만 이를 가장으로서 온전히 이루지 못하고 오직 자아사랑에만 매달린 소자를 용서해 주옵소서!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神의 성품 닮아 하늘의 뜻을 겸허히 순종하는 가정 세워 주옵소서! 육체의 온전한 건강은 사치임을 압니다. 정신의 온전한 건강만이라도 지켜주옵소서!"

멀리 보이는 구름과 하늘, 산 아래 인간의 문명을 뽑내기라도 한 듯이 우뚝히 선 빌딩, 그 아래 아파트 숲을 배경으로 쏟아 오르는 태양은 능치 못할 일이 없는 위력의 상징처럼 보인다. 칠흙같이 깜깜한 밤, 촛불 하나만으로도 그 어두움을 몰아내며 태양은 온 우주를 밝혀주니 티끌같은 인간의 작은 머리로 어찌 모두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으랴?

일본의 요로 다케시 해부학 의사가 쓴 '바보의 벽'에 이런 말이 있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말을 해도 알아듣지 못합니다. 이것을 뇌의 입력과 출력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입력은 정보를 뇌에 넣는 것이고, 출력은 그 정보에 대한 반응입니다. 입력은 오감이고, 출력은 그 정보에 대한 반응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운동입니다. 운동이라고 해서 스포츠를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하는 것도 운동이고 글을 쓰는 것도 운동이며 손짓이나 표정도 모두 운동입니다. 나아가 입력된 정보에 대해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도 입출력의 하나입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말하지 않는가? 이슬람 신비주의 시인인 루미의 '여행자의 집'을 펴고 고통과 고난에서 나를 추수려본다.

"너는 여행자의 집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이들이 드나드는 여행자의 집. 즐거움, 우울함, 비열함… 순간의 깨달음이 기다리지 않은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라. 그들이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끼는 가구를 모두 없애는 슬픔의 무게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환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 안을 깨끗이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생각, 날카로운 적의 비겁한 속임수가 찾아오더라도 문 밖까지 나가서 웃으며 맞이하라. 귀한 손님처럼 정성껏 안으로 모셔라. 누가 찾아오든 고개 숙여 감사하라. 문을 두드리는 낯선 사람은 너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찾아온 미래에서 온 안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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