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류시호 시인·수필가 음성대소초 교사

여러해 전, 필리핀으로 여행을 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주변의 지인들이 필리핀은 위험지역이라고 꺼렸는데 가서 보니 과일도 풍부하고 너무 좋은 나라였다. 고대시기 필리핀은 무역을 통해 이슬람이 전파되었고, 1521년 마젤란이 스페인 왕실의 후원을 받아서 필리핀을 발견 후 스페인은 가톨릭종교를 전파하고 필리핀을 320년간 지배를 했다.

미국-스페인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자 미국은 필리핀을 100년간 지배했으며 전국에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를 많이 세웠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때에는 일본이 3년간 통치했다. 나라가 크고 인구도 93백만 명으로 많지만 이처럼 힘이 약하면 식민지로 존속되는 것 같다. 스페인 지배기간 중에는 학교에 운동장 없이 교실만 남겨두었는데, 운동장이 있으면 젊은 남자들이 운동을 통하여 체력을 키워 대항할까봐 운동장을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사회활동은 여자들만 하도록 하고 남자들은 집에서 닭싸움 놀이를 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필리핀은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높고, 스페인 영향으로 가톨릭종교가 미국 문화 때문 영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필리핀은 과거 우리나라 보다 더 잘살았고, 기술수준도 높아서 서울의 문화부 청사와 바로 옆 주한 미국대사관과 쌍둥이 건물을 50여 년 전 필리핀 기술자들이 세웠다. 필자가 70년대 초 서울 시내를 다니다 보면 이 쌍둥이 관공서가 멋진 건물이었다. 1963년에 개관한 국내 최초의 실내 체육관인 장충체육관은 당시 우리 기술로 실현하기 어려운 80m 대형 철골 돔을 필리핀의 원조를 받아 완성했다니 격세지감인 셈이다.

우리는 자동차·선박·전자 등에서 세계 최고를 달리는 나라이며, 미국·일본·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특허를 많이 받은 나라로 지식산업 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방심하면, 과거 일본의 강제병합기 시절이나 필리핀처럼 될 수도 있고, 한때 세계를 재패했었지만 지금의 몽골같이 될 수도 있다. 끊임없는 노력과 시대에 맞는 기술개발만이 살길이 아닐까 한다.

한국인은 기 · 흥 · 정(氣 · 興 · 情)을 가진 민족이다. 솟구치는 기, 즐거운 흥, 따뜻한 정이 한국의 힘이 아닐까 한다. 열정이라는 우리의 끼와 낙천성과 솔직함, 개성이 강한 나라라고 생각한다. 삶의 기쁨과 보람은 따뜻한 정을 바탕으로 우리가 이룩한 기술과 제품, 그리고 문화를 통하여 세계에 이바지하고 기여할 때 비로소 온전한 선진국의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한국국제협력단을 통하여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기술과 문화를 전수하고 있다. 이런 것이 나눔이고 공존이라고 생각한다. 50년 전 미국이나 필리핀에서 원조를 받던 우리가 나눔을 통한 공존은 세계를 아름답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대통령이라는 UN사무총장이 우리나라 국민이다. 솟구치는 기, 즐거운 흥, 따뜻한 정을 가진 국민답게 우리 모두 세계무역 10대국다운 나눔과 공존에 기여하는 자세를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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