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유종렬 음성교육지원청 교육장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大河(대하)소설 土地(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독백이 가슴을 파고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참으로 아름다웠다.

젊은 날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이제 정년을 앞두고 그간 걸어온 42여년의 교직 인생을 반추해볼 때 참으로 부끄럽고 후회스럽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은퇴를 앞두고 인생을 되돌아보면 누구나 회한이 남는 것 같다. "그때는 왜 몰랐을까. 알았으면 더 나은 삶을 살았을텐데" 하는 마음이 드는 것은 이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한창 대학생활을 즐겼을 나이인 갓 스물에 교사가 되어 이 땅의 아이들에게 헐벗음 보다는 풍요로움을, 미움보다는 사랑을 실천하여 그늘진 아이들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 되겠다는 소망으로 교단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모두보다는 몇몇을, 함께보다는 경쟁을, 사랑보다는 질책을 일삼은 것 같아 아쉽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사랑의 응달에서 떨고 있는 많은 아이들을 외면한 채 생활에 급급하다가 이제 정년을 맞게 되었으니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식은땀이 흐른다.

'다시 태어나 교사가 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제는 정말 훌륭한 교사가 될 자신이 있는데 말이다. 돌이켜 보면 아쉬움으로 점철된다.

교사는 돈이 많아서 될 수 있는 자리도 아니고 권력이 있어서 될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교사는 학생, 학부모나 사회인들로부터 '존경'이라는 '이슬'을 먹고 살아가는 자리이다. 사회적으로 존중받는 직업이다 보니 그만큼 책임도 막중하다.

이제와 되돌아보면 교직은 정말 사랑할만한 직업이다. 그러나 현재 선생님들은 옛날의 선생님들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무척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교육이 희망이 되고 교육으로 행복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교육자들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빚을 지고 산다.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사랑의 빚'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상은 늘 내게 따뜻했고 사람들은 내가 베푼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내게 되돌려 주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사람이었고 행복한 교육자였다고 생각한다.

이제 노을진 석양을 바라보며 교단을 내려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남은 여생을 주위의 모든 분들께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바로 '사랑의 빚'을 갚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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