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뜨락-이성범 수필가^제천중학교 교장

얼마 전에 모 단체로 부터 주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마음으로 또 한편으로는 부족한 이 사람을 불러준 것이 너무나 감사해서 깊이 헤아려보지도 않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좋아서 선뜻 응한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이 다가올수록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너무나 폭넓은 주제라 정해진 몇시간에 속시원한 결론을 도출한다는 그자체가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은 나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다독(多讀)과 다작(多作) 그리고 다사(多思)의 중요성을 좀 더 세분화 시켜 강조하면서 주어진 강의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 하나가 일기에 대한 것이었다. 물론 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초등학교때 배운 그 일기형식이 아니라 그날 그날의 메모의 성격에 가까움을 전제로 그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하루 하루의 자기의 생활이 있다.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학교에서 공부를 하거나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사람들은 그 날의 일과 속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날이 즐거웠거나 슬프고 괴로웠거나 그것은 모두 자신의 하루의 생활이고 그 생활은 그 것대로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가 있는 나날들을 별다른 생각없이 보낸다는 것은 어쩌면 무의미한 삶의 자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그날의 삶을 진실되게 성찰하고 잃어버렸던 감정도 되살리면서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여 더욱 알찬 내일을 예약하는 것은 살아가면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무릇 일기는 한 인간의 생활기록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생활을 이끌어 가는 지침서요 나침판이 되기에 더욱 중요하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일기를 씀으로써 생활을 훨씬 정화하고 보다 건전해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일기는 진실을 고백하는 글이며 먼훗날 자기자신에 대한 증언과 역사적 자료로 제공되는 것이다. 이처럼 일기는 자기 생활의 기록이다.

일기를 쓸 때 주의할 점은 무엇보다도 비판 정신이 뒤따라야 한다. 비판이 없으면 단순한 생활의 기록에 지나지 않는다. 진솔하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흔히 우리는 남에게는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자신에게는 무척 관대하다. 하지만 일기를 쓸때에는 그와 정반대가 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지나친 수식은 거짓말이 되기 쉽기 때문에 솔직한 느낌을 그대로 적는 것이 좋다. 그리고는 일기를 의무감으로 보다는 자신의 삶의 향상을 위한 생활의 한 면으로 마치 식사하듯 자연스럽게 쓰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면 일기를 씀으로써 얻어지는 효과는 무엇인가? 그것은 삶의 향상뿐 아니라 일기를 쓰면 관찰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올바른 사고력과 판단력이 생긴다. 다시 생각해본다. 일기는 단순한 쓰기의 기초뿐만 아니라 우리자신의 삶의 역사요, 자신을 냉철하게 판단해주는 엄격한 심판자요, 그러면서도 모든 삶의 질곡을 토해낼 수 있는 진실된 나의 상담자요, 나의 삶의 방향을 바르게 인도해 주는 등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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