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가슴을 채워줄 감성시집 best 4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살랑살랑 가을바람이 부는 이 계절에는 유난히 시(詩)가 그립다. 마음이 허전할 때,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이 가을에는 나도 모르게 시집을 찾게 된다. 책장 어디를 펴든 시는 어느새 내 맘에 들어와 살랑이는 가을바람처럼 나를 시속으로 이끈다. 그래서 가을에 만나는 시는 오랫동안 작은 가슴속에 멤돈다. 가을의 문턱, 메마른 가슴을 감성으로 채워줄 시를 읽어보자.

▶ 그 풍경을 나는 이제 사랑하려 하네: 안도현의 노트에 베끼고 싶은 시(안도현 엮음, 김기찬 사진, 이가서 펴냄)= 한달에 1천편의 시를 읽는다는 중견시인 안도현이 고른 애송시 48여 편에 시인의 감성어린 산문을 담고, '골목 안 풍경'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김기찬의 흑백사진들을 함께 실었다. 시와 흑백사진이 어우러져 아련한 향수를 배가시킨다.

삶의 밑바닥에서 발견한 웃음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편들을 담은 1부, 생의 후반부의 시간에 대한 치열하면서도 깊이있는 성찰을 보여주는 2부, 우리네 마음속에 깊이 자리한 향토성 짙은 풍경과 마음의 여유를 찾아주는 아름다운 장면 묘사가 빛을 발하는 시편들을 담은 3부,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삶의 이면과 여성성을 노래한 4부로 구성돼있다.

▶ 딸아 외로울 때는 시를 읽으렴: 2.사랑편(신현림 지음, 걷는나무 펴냄)= 1권에서 방황하는 모든 청춘들에게 시를 통해 따뜻한 응원가를 전해 준 신현림 시인이 2권에서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늘 외롭다고 말하는 딸들에게 주고 싶은 시 90편을 모았다. 신현림은 말한다. 가슴 떨리고, 때론 가슴 아프고, 때론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살면 살수록 어려운 게 사랑이지만 가장 가치있는 삶 또한 사랑하는 삶이라고. 자신을 울리고, 다시 사랑할 힘을 주었던 시편들을 엮었다.

▶ 작은 기도(이해인 지음, 열림원 펴냄)= 따스한 위로와 기쁨의 감성을 선물해온 이해인 수녀가 '작은 위로'와 '작은 기쁨'에 이어 새 시집 '작은 기도'를 펴냈다. 이 시집에서 이해인 수녀는 시와 기도가 갖는 순정하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찬미, 삶에 대한 긍정을 소박하지만 호소력 짙은 언어로 노래한다. 특히 올해 이해인 수녀가 수도 생활 중인 성베네딕도 수녀회의 설립 8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다.

틈틈이 써두었던 50여 편의 미발표작에 더해 1999년 초판을 냈던 시집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중 몇 편을 덧붙였다. 특히 책의 말미에 유언과도 같은 아름다운 신작 산문 한 편이 수록돼 있는데 3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고 투병중인 수도자가 시로 자신이 영원히 눈 감기 전 희망하는 것 서너 가지를 전한다.

▶ 눈앞에 없는 사람(심보선 지음, 문학과 지성사 펴냄)= 등단 14년 만의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로 주목을 받았던 시인 심보선. 그가 3년 만에 두 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 딱 들어맞는 단어'로 사랑을 제시한다. 여기서 시인이 연모하는 대상은 앞에 없는 사람, 즉 부재하는 연인이며, 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 대신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49편의 시가 담겨 있으며 시를 대하는, 시 쓰기로 영혼과 세상을 대하는 시인의 입장과 고백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 김미정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