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용진 진스마음크리닉 정신과전문의

안녕. 미래 군

이미 자살을 생각했었다면, 지금 쯤 아무런 말도 귀에 들리지 않을 수 있겠지. 그래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을 생각 했겠니.

모든 것이 너 잘못이라고 생각하겠지. 아무도 너를 도와 주지 않으며, 이 힘든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그 길 뿐이라고 생각했겠지.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안하고 쉬운 해결책을 찾았다는 느낌을 받았을 거야. 그러나 부모님에게 미안하기도 하여 잠시 머뭇 거리다가 그래도 그 길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거야.

그래. 많이 힘드고 외로웠는데, 너의 고통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해서 미안하구나. 그런데, 사람은 말이야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한단다.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그것은 잘 알고 있지. 혹시 너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 증거라고 오해하지는 말아라. 사람은 절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리 다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대화를 하는 거고, 솔직하게 자신의 얘기를 할 수 있는 것 아주 큰 용기란다.

잠시 다른 생각을 내려두고 우리 같이 이 글을 따라 해보자구나.

자살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내 이름 석자와 생일을 크게 적어 보자. 그리고 부모님의 이름과 형제들의 이름도 옆에 적어보자구나. 네 이름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니. 네가 태어나서 엄마나 아빠가 네 이름을 부를 때 어떤 느낌이었을 것 같니.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기억나니. 엄마, 아빠가 너를 좋아하고 너랑 같이 행복해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니. 그렇게 너는 아주 소중한 존재란다.

숨을 한 번 더 크게 쉬고, 20년 뒤의 내가 되어 현재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 보자. 현재의 너에게,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권고하는 글을 적어 보자구나. 생각은 쉽지만 행동이 어렵다는 것 안다. 말을 꺼내기가 얼마나 힘들겠니. 그렇지만 그렇게 하자구나. 네가 너에게 권하는 방법이잖아. 아니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 못해줘서 그 사람들이 미안해 할 거란다.

주변에는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만 있지 않다는 것도 너는 이미 알고 있지만, 손 내밀기 미안하고 그 동안 받은 사랑도 많은 데 또 의지하려니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자구나.

그것이 진정 그들을 사랑하는 방식이란다. 너를 잃고 슬퍼할 엄마, 아빠를 생각해 보자. 너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으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니.

마음은 안 그러고 싶은데, 현재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잘 모르겠지. 이 고통을 과연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까" 라고 생각이 들고 아무도 해결 못해 줄 거라고 생각하겠지. 너는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상담 받고 치료 받아 좋아졌단다. 다만 그러한 이야기가 널리 퍼지지 않을 뿐이지.

주변사람들에게 이야기 해도 잘 들어줄 것 같이 않으면 상담선생님이나 의사선생님을 찾아가서 이야기를 해도 된단다. 또한 너를 괴롭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경찰에 이야기를 해도 돼. 너도 알지 '정당방위' 그래 그것은 아주 올바른 정당방위란다. 흔히 자살을 하는 친구들은 자살을 하고 싶어하는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단다. 그런 경우에는 자신의 생각과 같은 관점을 가진 친구의 생각까지 합쳐져 한쪽으로 몰리기 쉽단다.

자살은 내 안의 죽음의 본능인 타나토스가 나를 지배할 때 생기기 쉬운거다. 삶의 본능인 내 안의 에로스적 본능을 불러내어 숨쉴 수 있도록 할 때 이겨낼 수 있단다.

자살행위자체가 아주 나쁘단다. 나쁜 행동을 하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 일 뿐이지. 자살은 너의 현재가 미래를 죽이는 살인행위일 뿐이란다. 너는 살인을 저지를 만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잖니. 우리의 손을 잡아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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