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도급사 기성 '차일피일'… 적자시공 악순환

이달 말 추석을 앞두고 일선 건설현장에서는 완공하고도 하도급대금을 제때, 제대로 받지 못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역 전문업계 경영난 심각=특히 지역 건설업계는 여름장마와 폭염에 이어 가을장마까지 겹치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역 전문건설업계에 따르면 수주난에 공사를 수주하더라도 초저가로, 완공후에는 '나부터 살고보자'는 원도급업체들이 대금정산을 제때 해주지 않아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날씨마저 공사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전문건설업체들이 다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6월말부터 시작된 여름장마와 8월 초순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태풍이 동반된 가을장마가 8월말까지 이어져 공사진행이 더딘 것은 물론 생산성마저 크게 떨어져 기성 뽑기가 어려운 전문건설업체들이 추석대목을 앞두고 자금운영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7월 한달간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8일에 불과했고, 7월말부터 8월 초순 10여일 가량에는 낮 최고온도가 35℃를 넘나드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돼 한낮에는 현장을 올스톱해야 했다.

이어 폭염이 누그러진 8월 중순부터 30일까지는 비가 이어졌고, 이후에는 볼라덴, 덴빈 등 태풍이 한반도를 덮치며 8월 한달 내내 악천후에 따른 사고예방과 수습에만 올인해야 했다. 6월 중순 이후 2개월여간 현장을 개설한 날이 보름도 안 되고 그나마도 공사진행보다는 현장수습에 더 매달렸다는 것이 업체들의 전언이다.

업체들은 들어오는 기성은 적은데 현장수습을 위한 인력과 장비 등을 위한 임금이나 장비임대료는 나가야해 추석을 대비한 자금축적은 꿈도 꿀 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청주지역 철근콘크리트공사 전문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날씨마저 안돕는다"며 "나오는 기성마저도 원도급업체들이 장기 어음으로 지급하려고 하는데 요새 건설업체 어음을 누가 할인해 주냐"고 푸념했다.

청원지역의 한 토공사 업체 관계자도 "이제 추석이 한달도 안남는데 공사를 몰아친다고 해도 원도급사들이 자기들 어렵다고 기성접수 주기를 늘리거나 정산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현실에서 가불이 아니면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저가수주→부실시공→경영난 '악순환' 되풀이=이 같은 사정은 일반 건설사들도 마찬가지다.

공공물량 발주 감소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민간부문의 일감이 크게 줄어들자 중소업체는 물론 대형건설사들이 공공부문 공사에 뛰어들면서 출혈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진 데 따른 현상이지만 최저가낙찰제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부실시공을 줄이고 경영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하루빨리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설계용역업체가 공사비를 산정할 때 실적공사비 데이터 또는 품셈 기준으로 하는데 실적공사비가 과거 품셈방식에 비해 10% 정도 낮아져 이를 기초로 설계가를 산출하면 결과적으로 기초가격과 예정가격이 낮아질 수밖에 없어 수주업체는 적자시공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또 "발주처의 부당한 공사비 삭감에 대한 이의제기제도 도입과 함께 공사기간(공기)이 연장될 경우 계약금액(간접비) 조정 거부를 막기 위해 공사예비비제도도 도입해야 수주업체의 부실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이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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