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읽으면 좋을 시집 Best 3

 가을에는 시(詩)다.

 지치고 갈라지고 메마른 가슴을 치유해줄 처방이 필요하고 풀과 나무, 하늘과 바다, 달과 별을 더 자주 바라봐야 하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마음은 가난해졌지만 이 가을엔 파란 바람이 있고 사랑하는 이가 더 그리워진다. 시가 더 필요한 가을, 조용히 생각에 잠기게 할 신작 시집을 모아봤다.

 ▶나의 상처는 돌 너의 상처는 꽃(류시화 지음, 문학의 숲)=

 그리움이 다할 때까지 살지는 말자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만나지는 말자
 사람은 살아서 작별해야 한다
 우리 나머지 생을 일단 접자
 나중에 다시 펴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는 벼랑에서 혼자 피었다
 혼자 지는 꽃이다

 -'이런 시를 쓴 걸 보니 누구를 그 무렵 사랑했었나 보다' 중에서.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1991년),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1997년) 이후 15년만에 펴낸 류시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 시집은 '돌'과 '꽃'의 대화이다. 꽃에게 손을 내미는 돌, 돌에게 말을 거는 꽃. 각 시편들은 '천 개의 슬픔을 사라지게 하는 한 개의 기쁨'이 되어 준다. '한 개의 슬픔'이 '천 개의 기쁨'을 앗아가는 외롭고 가난하고 어두운 시절, 이 시집은 시인 류시화가 돌과 꽃에 새긴 기도문과 같다.

 저자는 이 시집에서 삶과 죽음, 사랑과 고독, 존재와 초월을 노래한다. 순수한 상태에서 받아들였던 사물의 감각을 적절한 시어와 뛰어난 비유를 통해 되살리고, 사랑의 희로애락을 이야기하고, 자신이 지닌 시인으로서의 철저한 자의식을 56편의 시 안에 오롯이 담아냈다.

 이처럼 저자가 시를 통해 풀어낸 오랫동안 숙고한 언어, 명상으로부터 길어 올린 지혜, 그리고 진솔한 자기 고백은 우리에게 알 수 없는 설렘과 감동, 그리고 나만의 고독에 빠지게 만들며, 마음을 치유하고 정화시켜준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지음, 문학동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

 청주출신 도종환 시인의 1994년 초판이 발간된 '흔들리며 피는 꽃'(원제: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를 20여년만에 다시 엮었다.

 비가 오고 바람 불지만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어렵게 피어나는 꽃처럼, 시인의 삶과 사랑이 잔잔한 서정의 밑바탕을 두고 담겨있다.

 도종환의 시들은 회한이 깊어질수록 더욱 단정해지고, 절망이 클수록 더욱 청결해지는 마음의 무늬를 펼쳐 보인다. 그 마음의 무늬 속에는 무명의 세월을 아파하며 스스로를 단련해가는 순정한 인간의 모습이 있다. 정갈하게 빚어진 그의 단시들은 단아한 품격의 서정시에서 받았던 감동의 추억을 재삼 불러일으킨다.

 ▶약해지지마(시바타 도요 지음, 지식여행)=

 약해지지 마

 저기, 불행하다며
 한숨 쉬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난 괴로운 일도
 있었지만
 살아 있어서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마' 중에서

 

 올해로 백수(白壽)라고 불리는 99세의 작가 시바타 도요가 인생의 선배로서 지혜의 메시지를 전한다.

 일상의 소중함, 따뜻한 추억뿐 아니라 99세의 나이이기 때문에 건넬 수 있는 조용한 충고와 지혜가 조용하면서도 큰 울림을 준다. 희망과 용기를 주고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글을 통해, 어려운 상황에서도 힘을 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하고도 가슴 벅차오르는 든든한 격려를 전한다.

 일본 '산케이신문'에 연재되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 작가 시바타 도요의 첫 작품집으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이 읽히는 것'이 저자의 꿈이란다. / 김미정 mjkim@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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