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

"과거의 기억 때문에 괴로운가요? 지금 현재에 마음이 온전히 와 있으면 마음에 과거의 자국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당신의 마음을 현재로 온전히 돌려 '그냥 있음'을 고요 속에서 충분히 만끽하십시오. 시간이 사라집니다."

"무소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닌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아니다 싶을 때 다 버리고 떠날 수 있어야 진짜 자유인입니다. 반대로, 없어서 갈증을 느끼는데도 무소유라는 이름으로 참고 사는 것은 진짜가 아닙니다."

"나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도대체 무엇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지, 세상이 일방적으로 정해놓은 성공의 기준이 아닌 내 안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남들에게 행복하게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나 자신이 정말로 행복한 것이 중요합니다."

때가 때이니만큼 이번 달은 송년회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몸도 몸이지만 마음도 심란하다.

그래서 며칠 전에 인터넷을 멍하니 뒤지다가 우연히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보고 충동적으로 책을 사서 읽어보고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맘에 드는 글귀를 옮겨보았다.

멈추면 뭐가 보이는 것일까?

곰곰이 지난 2년을 되짚어보았다. 지난해 처음 사무실을 개업하면서 처음 반년은 정말 정신없이 일만 했다. 평일에는 매일 밤 12시까지 일하고 주말에도 반나절을 일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러다 쓰러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변호사를 한 명 채용했다. 한 결 부담이 줄었고, 저녁에 사람을 편하게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산남동 주민자치위원과 청주여성의 전화 등 성폭력 상담기관의 자문 변호사 등으로 활동하면서 변호사의 사회적 의무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잠깐 멈추었더니 그리운 친구가 보였고, 성폭력에 시달리는 많은 아이들이 보인 것이다.

그 후 올해 봄에 변호사를 한 명 더 채용했고, 변호사 3명이 사건을 더 자세히 살펴봄으로써 질적으로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적으로 훨씬 더 여유가 생겼다.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에 더 자주 나갈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임신한 와이프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번에는 그동안 '바깥일'에만 신경쓰느라 소홀히했던 소중한 내 아내와 딸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

법조인들은 소위 '많이 배운' 사람이고, 정신노동을 주로 하는 사람들이라 대체로 자존심이 세지만 좀 소심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사람간의 사소한 논쟁에서 밀려도 무척 자존심 상해한다. 그리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을 용납 못한다. 그래서 남는 시간이 있으면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강박관념이 있다. 필자도 저녁에 퇴근해 집에서 멍하니 TV를 보고 있자면 마음이 좀 불안하다. 뭐라도 차라리 책이라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그러나 앞으로는 좀 게으르고 싶다. 멍하니 TV를 보면 어떤가. 차라리 사람이 단순해지고 좋은 것 아닌가.

젊었을 때는 무작정 앞으로만 나아갔다. 멈추면 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친구들도 멀어졌고, 어머니도 1년을 기다리지 못하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무엇을 위한 전진이었을까? 이제는 좀 멈춰 서서 그동안 항상 옆에 있었는데 보이지 않던 '숨은 그림'을 찾고 싶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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