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변호사

신문기사를 보니 법무부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에게 전문성을 갖춘 국선전담변호사 제공'을 주요 골자로 하는 '검사의 국선변호인 지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4일 입법예고했다고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현행 '법률조력인'을 '피해자 국선변호사'로 통일했으며, 국선전담변호사제도를 신설해 법무부 장관이 1년 단위로 위촉한다고 한다.

또 법무부 관계자는 "지원 대상이 19세 미만 아동에서 모든 연령의 피해자로 확대됨에 따라 관련 조항을 정비했다"며 "여성가족부와 협력해 국선전담변호사 중 일부를 전국 16개소에 설치된 원스톱지원센터에 상시 배치하고, 방문하는 성폭력 피해자에게 즉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름을 바꾸고 '전담'으로 한다고 뭐가 바뀔 것인가. 명실상부한 권한이 없는 것을…. 필자는 작년 3월에 청주지방검찰청 소속 법률조력인으로 선정돼 1년여간 성폭행 피해자 법률적 조력을 하면서 느낀 점은 법률조력인이 무력하다는 것이다.

먼저 지적하고 싶은 건, 법률조력인에게 조서 열람·복사권이 없다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가 음성, 진천 등 군지역에 살고 있는 경우가 청주보다 훨씬 많은데 그러다 보니 청주에 있는 법률조력인 사무실까지 와서 상담을 하기에 시간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

이 경우 대신 법률조력인이 위 조서를 복사해서 의견서를 작성할 수 있다. 그런데 관련법에 의해 조서 열람·복사는 피해자나 법정대리인만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사건 파악이 안되서 조력을 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동·청소년 성폭행 사건의 60%는 군 지역에서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필자가 맡은 법률조력인 사건 중 3분의1이 위와 같아서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행히 최근에는 법정대리인이 원스톱지원센터에 신청을 하면 조서를 복사해서 법률조력인에게 보내준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관련법에 법률조력인의 권한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법률조력인이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변호사에게는 검사의 처분결과, 재판의 기일 등의 통지를 해주지만 피해자의 변호사인 법률조력인에게는 아무런 통지도 해주지 않는다. 그냥 법률조력인이 요령껏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연락해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피해자들은 법률조력인이 다 알아서 자기들에게 연락을 해주는 줄 알고 있다.

지난번에 성폭력 전담 검사, 전담 재판부와의 각 간담회 기회에 그러한 점을 이야기 했는데, 법규정이 없어서 애매하다는 것이다. 이 점이 실제에서 제일 답답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그리고 현재 법률조력인 제도가 아동·청소년 대상과 성인 대상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전자는 법무부가 후자는 여성가족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실질은 동일한데 굳이 별도로 운영될 필요가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위에서 보듯이 모든 연령의 피해자로 확대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성폭력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약자이다. 그런 이유로 수사과정에서 '서로 좋아서 한 것 아니냐'는 등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받거나, 재판과정에서는 무리하게 증인으로 소환되어 피해자가 2차 피해를 입는 등 소위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사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그 피해의 회복도 중요하다. 그리고 가끔은 재판 결과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 법률적인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법률조력인의 존재이유는 거기에 있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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