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최우식 사람&사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모 회사 대표이사인 A씨는 2008년 11월 같은 회사 이사인 B씨가 출장비 7천만원을 횡령했다고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오히려 무고 혐의로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억울한 마음에 A씨는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 상고했지만 모두 기각됐고 A씨는 2010년 10월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A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2년 동안 17차례에 걸쳐 법원에 출석해야 했고 1·2심에서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에 나서야 했다.

이에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에 비용 보상을 청구했고, 법원은 국가가 A씨에게 355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2011코17). 재판부는 A씨가 법정에 출석할 때마다 소요된 여비와 일당을 1회당 5만원으로 계산해 85만원으로 하고, 변호인 선임 비용은 270만원으로 산정했다.

살다 보면 때론 억울하게 소송에 휘말리게 되고, 특히 형사재판까지 받게 되면 구속은 물론이고 불구속이더라도 재판에 출석하고 스스로 무죄의 증거를 찾아 제출하느라 고단한 수고를 해야 한다. 다행히 재판에서 억울함이 밝혀져서 '무죄'로 확정되면 그 동안의 정신적, 육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 고소인에게 받아야 할까?

무고의 경우에는 가능하겠지만, 기소가 된 경우에는 조금 애매하다. 법률전문가인 검사에 의해서 법원에 기소까지 됐다면 그만한 사유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것이어서 과실이 인정되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면 검사, 즉 국가에게 청구해야 할까? 검사가 고의적으로 '무죄'임을 알면서도 기소한 것이 아닌 이상, 검사의 '업무'로서 하는 기소행위에 대해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라고 하더라도 그 과실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무죄이면 됐지 뭐…'라고 하기에는 뭔가 정의에 반한다. 그래서 2008년 1월 개정 형사소송법(제194조의2)에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이 국가를 상대로 변호인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됐다.

무죄가 확정된 피고인은 판결 확정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피고인이 공판 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데 든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받을 수 있다. 여비와 일당은 거주지와 재판을 받은 법원의 거리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회에 5만원 안팎에서 결정된다.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30만원이 기준이지만 사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최대 5배인 150만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1~3심까지 모두 변호인을 선임했다면 최대 45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소송비용보상은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구속됐는지 여부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불구속 피고인도 청구할 수 있다. 구속 피고인은 구금일수에 따른 형사보상과 함께 소송비용보상을 추가로 청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피고인이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된 경우 ▶경합범 일부에 대해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형사 미성년자(14세 미만) 또는 심신상실을 이유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소송비용 지출이 피고인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 등에 해당하면 소송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받을 수 없다.

그런데 제도 시행 4년동안 소송비용 지급은 73건에 불과하다.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무죄확정시 변호인 선임료 등 소송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알려준다면 제도가 더욱 활성화 될 것이고, 변호사들도 의뢰인에게 소송비용보상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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