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법서만 年 수천건 개인회생 등 처리 제도남용 솎아내 건전 도산실무 확립 노력

#A씨는 월 165만원의 공무원연금을 지급받고 있어 배우자를 포함한 최저생계비의 150%를 제외하고도 30만원 가량의 안정된 소득이 있어 채무 원금 전액 이상을 변제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산신청을 했다. A씨는 또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2011년 2월 퇴직, 연금공제일시금과 퇴직수당 등 1억7천여만원을 현금으로 수령한 후 그 중 7천500만원을 아들 아파트 구입비로 사용했다.

이에 법원은 파산재단에 속하는 재산의 은닉 또는 채권자에게 불이익한 처분행위로서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 이 사건 신청을 기각했다.

#B씨는 신용보증기금의 거액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파산 및 면책신청을 제기했다.

하지만 B씨는 최근 4년간 베트남 기업체 운영을 이유로 수시로 출국해 장기체류하다가 잠시 귀국한 후 다시 베트남으로 출국하는 경향을 반복하면서, 지난해 8월 15일 마지막으로 출국한 이후 체류중이다. 특히 B씨는 파산 신청 당시 제출한 진술서에서 과거 2년간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법원이 지정한 채권자 의견청취 기일에도 불출석하는 등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정하는 채무자의 의무를 위반했다.

이에 법원은 B씨에 대한 면책을 허가하지 않았다.

#C씨는 부모에게 부동산을 상속받아 보유하고 있으면서 재판부에 밝히지 않아 면책이 불허당했다.

C씨는 전남 보령군의 임야 7만4천409㎡의 3분1 공유지분을 소유하고 있음에도 재산목록에 이를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 부동산에 관한 강제경매 개시결정이 내려져 2012년 4월 그 결정문을 송달받고도 시종일관 이를 함구했다.

C씨는 또 부친이 부동산을 분할 상속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이는 단순한 착오를 넘어선 재산상태에 관한 의도적·적극적 허위진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신청, 재기의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재산과 수입이 있으면서도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일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파산신청 직전 거액의 퇴직수당 등을 수령해 자녀의 아파트 구입비용으로 사용하는가하면, 신용보증기금에 거액의 채무를 탕감받기 위해 파산·면책을 신청한 후 배우자와 함께 외국에서 기업체를 운영하는 등 재산을 숨기거나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것처럼 꾸미는 '악의적 채무자'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청주지법에 따르면 개인파산의 경우 2010년 2천109건이 접수돼 이 중 1천927건을 처리, 70건(3.6%)을 기각했으며, 같은해 개인회상은 1천554건이 접수돼 1천537건을 처리, 189건(12.3%)을 기각했다.

2011년 개인파산은 1천267건을 처리 25건(2.0%)를 기각했고, 개인회상은 1천557건을 처리, 이 중 305건(19.6%)을 기각했다. 지난해는 개인파산 2천106건, 개인회생 2천409건을 처리해 90건(4.3%)과 124건(5.1%)을 각각 기각했다.

전체 처리 건수에 비해 기각건수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지만 일부 채무자의 경우 자신의 재산을 숨기거나, 거액을 상속받고도 이를 감추는 등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 구제라는 이 제도의 목적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국현 청주지법 공보판사는 "가계부채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회생·파산제도를 추진하고 있지만 일부 채무자들이 이를 악용해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의 구제를 무색케 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청주지방법원은 재산은닉·허위진술 등으로 개인회생·파산제도를 남용하는 사례를 바로잡고 건전한 도산실무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윤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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