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기자단 - 햇빛창공

봄이 되면 무엇을 할까?

으레 텃밭에 심을 채소 씨앗과 집 주변에 심을 화초 씨앗을 파종한다.

씨앗을 넣을 때가 되면 어느새 채취를 해놓으셨는지 온갖 씨앗이 담긴 작은 통이 등장한다.

아침부터 할머니의 방에서 기분좋아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할거야" "씨앗은 하나씩 넣어야지" "준하도 잘할 수 있어요" 할머니와 손자 사이엔 옳고 그름이란 기준은 없다. 손자의 서툼에도 너그러워지는 것이 할머니 마음 아니던가. 언제나 어떻게 씨앗을 넣든 싹이 올라오는 것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고 그 구멍에 씨앗 한알씩 넣었다. 그리고 특별한 주문을 빼놓으면 안된다. "잘 자라야 해" 토닥토닥…



빼꼼! 제일 먼저 상추의 씨앗이 모습을 드러냈다. "뭔 씨를 이렇게 많이 넣었어!" 포트에 상추 씨앗을 너무 많이 넣은 탓에 소복히 올라와 있다. 새싹채소로 먹어버릴까 보다.

다들 알겠지만 목화씨앗이다. 솜 속에 있는 씨앗을 쏘~옥 빼내어 목화솜은 잘 모아두고 이듬해 파종할 씨앗은 보물처럼 보관해 두었었다. 누구에게는, 어머니에게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그리움일게다.

목화씨앗은 좀 더디 모습을 드러낸다. 두꺼운 껍질을 깨고 나오는 탓도 있겠지만 그리움이 깊어서일 수도 있다. 길가에 핀 목화꽃과 목화솜을 보면 한참을 서서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이를 종종 보았다. 올해도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잡아 둘 수 있을런지….

한 두 포기만 심어놓아도 넘쳐나도록 호박이 열린다는 마디호박이다. 매년 너무 많이 열려서 식구들 이리저리 나눠주고도 남아 어머니께서는 호박을 따서 농막에 놓아두곤 하셨는데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지나가시는 분들이 가져다 드시곤 한다. 호박을 가져다 드신 분들은 간혹 복숭아를 놓고 가기도 하신다.

호박이나 수세미는 흙을 비집고 떡잎이 보이는 시기에는 비슷비슷한데 이 모종은 수세미의 모종이다. 지난해 정읍에서 씨앗을 얻어와 옥상에 줄을 매고 수세미 덩굴을 올렸더니 동네분들이 씨앗을 나눠달라고 하셔서 인심을 썼다.



잘 영근 수세미를 삶아 천연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데 쓸만하다. 올해는 몸에 좋다는 수세미 수액도 받아볼 참이다. 실바람에도 훌훌 날아가버릴 것 같은 작은 알갱이는 개양귀비의 씨앗이다.

"아빠! 나도 뿌려볼게" 하는 준하의 손에 한움큼 주니 이곳저곳 뿌리고 다녔다. 주변에 온통 예쁜 양귀비 꽃 천지가 되면 어쩌지? 보잘 것 없는 것이 화려한 꽃을 피운다.

언제나 할머니께 제대로 배우는 준하다. 가끔 곤란한 소리를 하기도 하지만. 갑자기 "우리 구름 따러가자! 빨리 와" 이만 줄여야할까 보다.

농협창구에서 얻어온 씨앗이 또 많이 있다. 여러 종류의 씨앗이 있었는데 양심상 4종류의 씨앗만 가져왔다. 내 양심이 너무했나? 많아서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 http://blog.naver.com/thdgk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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