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A씨는 사귀던 남자 사이에서 임신을 하게 돼 서로 합의해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출산후 몇 달뒤 그 남자는 잠적을 했다. 아이를 입양을 보낼지 말지 많은 고민을 하다가 그냥 혼자서 키우기로 했다. 그렇게 3년이 지난 후 그 남자의 소식을 듣게 되어 연락을 해보니 그 남자는 "니가 알아서 키우던지 말던지"하며 연락을 끊어버렸다. 더 이상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기에 힘이 부친 A씨는 결국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다. 들어보니 그 남자는 "양육비는 법적으로 결혼을 해야 주는 것이고, 설사 양육비를 준다고 해도 지나간 것은 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법적으로 혼인을 하지 않은 '혼인 외 출생자'라도 아버지로서 당연히 부양의무가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먼저 아이에 대한 인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의 자녀양육의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녀의 출생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므로, 과거의 양육비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분담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신문기사를 보니 미혼모가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통계청 인구조사 자료를 보면, 2000년 11만7천여명이었던 미혼모는 2010년 16만6천여 명으로 5만명 가까이 늘었다. 반면에 정부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를 입양한 가정은 조건 없이 월 13만원의 양육비를 지원받지만 미혼모 가정은 월 7만원에 불과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에서 미혼모의 31.5%는 '본인 가족의 지원'으로 생계를 꾸린다고 답했고, 27.8%는 '복지기관의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응답은 5명 중 1명뿐이었다.

미혼모는 사회적 차별은 둘째 치고 당장 먹고 살 문제에 직면한다. 그런데 조사를 보니 미혼모 및 이혼 후 아이를 혼자 키우는 사람 중에 상대방으로부터 양육비를 지급받는 경우는 3분의 1밖에 안된다고 한다. 물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상대방 재산에 대한 압류 및 직접지급명령(월급이 있는 경우) 나아가 30일 이내로 감치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남자가 직장이 없거나, 있어도 소득을 숨겨서 찾기가 어렵다. 최악의 경우 연락마저 끊어져버리면 이젠 더 이상 방법이 없다. 그로 인해 아이 양육을 미혼모 혼자 감당하다가 극단에 이르면 아이와 동반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더이상 양육비 문제가 미혼모 개인에서 나아가 국가 복지 및 인구 정책 등에 관련된 중대한 사회문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OECD 회원국 대부분은 받지 못하는 양육비를 국가가 대신 내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양육비 회피를 생존권을 위협하는 범죄로 보고 국세청이 소재를 추적하거나 여권이나 운전면허증까지 취소한다고 한다. 최근 우리나라도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사회적 인식의 부족인지 좀처럼 진척이 없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개인과 생존과 가정 유지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양육비는 근로자의 임금과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데 임금의 경우 사용자가 임금을 체불하면 형사처벌하고, 회사가 파산하는 등의 일정한 경우는 국가가 대신 근로자의 임금을 지불하고 나중에 사용자에게 구상하는 '체당금' 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보면 단순 민사채무불이행에 불과한 임금체불에 대해서 형사처벌까지 하며 국가가 체당금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근로자 특히 저소득층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위와 같은 점이라면 것이라면 양육비도 그래야 한다.

그러므로 양육비가 일정기간 미납된 경우 체불임금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형사처벌을 하고, 생활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체당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170만에 육박하는 한부모 가정 가운데 100만원 안팎의 최저생계비 수준으로 사는 저소득 한부모 가정은 최근 5년 사이 70%나 늘었다고 한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때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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