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무법인 충청 변호사

우리 민법에는 친권이라는 명칭으로 미성년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권리가 규정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 많은 부모는 친권을 근거로 자신의 자녀에 대한 무한한 통제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듯하다.

친권은 부모가 그 미성년자인 자녀를 양육·교양하며 감호할 수 있는 포괄적 권리이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부모는 친권자로서 자녀의 신상이나 재산에 대하여 일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명칭상 권리인 친권은 그 행사에 있어서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하므로 그 명칭이 권리일 따름이지 차라리 자녀에 대한 의무의 성격이 더 크다. 이와 관련 대법원에서도 "친권은 미성년인 자의 양육과 감호 및 재산관리를 적절히 함으로써 그의 복리를 확보하도록하기 위한 부모의 권리이자 의무의 성격을 갖는 것"이라고 판단함으로써 자녀의 보호가 친권의 존재 이유임을 선언하고 있다.

한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할 아동들의 복지는 세월을 더할수록 더욱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오히려 무책임한 부모의 부당양육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생면부지의 타인의 불법행위에 의한 피해보다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그 폐해가 크기 때문에, 선진국일수록 국가의 친권 남용에 대한 감독은 더욱 강화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 까닭에 부모가 자녀에 대한 사랑의 매를 남용하였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다는 해외토픽기사가 이제는 바다건너 먼 나라에서 생기는 특별한 일만은 아니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법제는 친권을 부모 중 하나가 아닌, 부모 공동으로 행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친권은 부모 중 일방이 그 배우자의 동의나 사전 협의없이 자신의 자녀의 거취를 마음대로 정하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의 대법원 사건의 예를 들어보자.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상당한 이슈가 되어 인터넷으로 그 심리과정을 중계하기까지 한 사건이다.

한국 남성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던 베트남 국적의 어머니 A씨가 남편과 부부싸움 끝에 남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동양육하던 13세의 어린 자녀를 데리고 몰래 베트남으로 출국하여 그곳에서 아이를 양육하자 남편이 A씨를 경찰에 신고하여 검사가 자녀 약취죄(정식 죄명은 미성년자 국외이송 약취죄)로 기소하였다.

간혹 부부싸움 중 홧김에 혹은 부부싸움에서 유리한 지위를 점할 요량으로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가 예리한 눈을 가지고 꼼꼼히 따져보지 않는 한, 이러한 정도의 행위는 부모들이 부부싸움중 홧김에 할 수 있는 소소한 문제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대법원은 위 사건에서 어머니가 남편이나 그 자녀에게 어떠한 폭행, 협박이나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행사함이 없이 그 자녀를 데리고 종전의 거소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옮겨 자녀에 대한 보호·양육을 계속하였으므로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친권의 경계문제로써 A씨가 자칫 자녀를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남편과 아이에 대한 실력행사가 있었다면 A씨의 약취죄는 유죄가 되었을 것이다. 또 하나 많은 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자녀가 가지고 있는 재산은 곧 자신의 재산이기 때문에 부모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친권자가 그 미성년의 자녀의 법정대리인으로서 그 자녀의 유일한 재산을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타인에게 증여하였고 증여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사건에서 그 증여행위는 친권의 남용에 의한 것이므로 그 법률효과는 자녀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즉, 친권자가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미성년 자녀의 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친권과 관련하여 서구의 거래 관념인 Give and Take원리나, 엄격한 법의 잣대인 권리와 의무의 표리관계를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굳이 거래관념에 맞추어 설명하면 어쩌면 효는 부모의 자애의 반대급부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고, 친권은 무한한 자녀 사랑 선이행 의무를 전제로 한 가족법상 권리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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