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몰랐던 저처럼 어리석은 세입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안합니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으라는 안내서를 동사무소에라도 꼭 비치해주세요."

얼마전 국민신문고에 들어온 민원의 내용이다.

우리나라의 전·월세 가구수는 전체가구의 45%에 이른다. 그래서 주택임대차와 관련한 법률문제는 국민 대다수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현재 통용되고 있는 '주택임대차계약서'는 보증금의 액수 및 지급일자, 임차기간 등 지극히 일반적인 내용만 규정하고 있어서 이것으로는 임차인이 법의 보호를 받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이 갖춰 있지 않아 분쟁이 일어나도 그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법무부가 주택임대차계약시 임차인이 꼭 알아야 사항과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각종 임차인 보호규정을 담은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새롭게 만들었고 조만간 정부기관 및 읍·면·동사무소에 배포될 것이라고 한다. 이번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의 가장 큰 특징은 그 동안 분쟁이 되어왔던 문제들을 계약서에 대폭 편입시킨 것이다.

그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그동안 근저당권 등 담보물권은 등기부로 확인할 수 있었지만, 임대인의 체납국세와 다가구 주택의 선순위 보증금 현황은 파악할 수는 없었는데, 이번 계약서에는 '미납국세'와 '선순위 확정일자 현황'란을 별도로 둬 임차인이 그런 사항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미납국세 확인은 임대인에게 납세증명원을 요청하면 쉽게 알 수 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집을 본인의 집인 양 임대를 놓는 사람들이 있어 계약금과 전세금을 날리는 임차인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임대차 계약을 할 때는 인감증명서 및 위임장(집주인이 아닐 경우)을 확인하고, 집주인과 전화통화를 하며, 가급적 주인 명의 계좌로 보증금 입금을 하도록 확인사항란을 신설했다. 주택 임대인은 등기부등본과 신분증 대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미등기 건물이라면 건축물대장이나 건축허가서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건축물대장은 '정부민원포털 민원24(http://www.minwon.go.kr)'를 이용하면 열람이 가능하다.

셋째, 겨울 한파로 보일러가 고장 나거나 장마철에 비가 새어 벽지에 곰팡이가 핀다든가 하는 문제로 세입자와 주인이 대립하는 등, 임대차 계약을 맺고 난 뒤 입주 전·후의 수리비 부담 주체와 시기 등을 정하지 않아 이를 둘러싼 분쟁이 끊이질 않는 현실을 감안해 계약 존속 중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수리비에 대한 특약란을 별도로 마련해 수리비와 관련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넷째, 그리고 계약서 중간에 정보제공 차원에서 '참고사항'란을 두어 보증금을 합의로 증액한 경우에 별도로 확정일자를 받아야 증액된 보증금에 대한 배당(순위에 따른 우선변제)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취지와 계약종료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으면 임차인 독자적으로 임차권등기명령에 의한 임차권 등기가 가능하다는 취지 등을 계약서에 적시했다.

다섯째, 주택 임대차계약을 하고 전입신고를 했다면 주택 주소지의 주민센터를 방문해서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주의해야 될 점은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 전입신고, 확정일자를 받은 날이라도 임대인의 채권자가 같은날 저당권 설정등기를 하면 그 저당권이 우선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특약 란에 임대인과 확정일자 설정이후 이틀 후부터 담보물권을 설정하기로 하는 내용으로 약정을 할 수 있음을 예시하여 이를 유도하고 있다.

위와 같이 새롭게 달라지는 임대차 계약서 내용면에서는 임차인 권리보호에 충분하다. 다만 걱정인 것은 중개사나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 납세증명원의 제공을 요구하는 경우 과연 임대차계약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의문이다. 뿐만 아니라 다가구 주택을 임차하는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다른 임차인의 보증금 액수 등을 확인받아 계약서에 그와 같은 내용을 포함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또 실제 분쟁에서 많은 경우가 계약 해제시 손해의 입증인데, 계약당시 채무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의 기준은 계약금으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은 아쉽다. 아무리 임차인 보호를 위해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보완 하였다고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고, 또한 현재 전세가격이 하늘 높은줄 모르고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더욱 계약에 있어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인데, '을'의 입장에 있는 임차인이 얼마나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바뀐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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