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사법연수원생 불륜사건'의 당사자에게 중징계가 내려졌다. 사법연수원은 문제의 남자 연수원생 A씨에게 파면, 여자 연수원생 B씨에게 정직 3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네티즌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이번 사건은 A씨의 아내 C씨의 어머니가 사위의 불륜상대인 B씨가 시보로 일하는 로펌건물 앞에서 B씨의 부도덕한 행각을 고발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1인 시위 사진이 인터넷과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시작됐다. 주요 인터넷사이트를 중심으로 '불륜 사법연수원생들을 파면하라'는 서명운동이 일어났고, 또 유가족은 A씨측이 과다 혼수를 요구해 아파트와 외제차 등 수억원대의 혼수를 해갔으며 그런데도 시어머니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했다며 그 증거로 욕설이 담긴 문자를 인터넷에 공개해 비난여론이 한층 거세졌다.

처음에 이 사건은 모 통신사의 블로그에서 시작됐다. 그 글에 엄청난 댓글이 달리고 인터넷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더니 신문은 물론이고 공중파에도 방송됐다. 예전 같으면 쉬쉬하면서 흐지부지됐을 것을 그 관심과 공분의 표출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무엇일까? 그건 스마트폰, 즉 휴대폰 영향이 크다. 출근하는 전철안에서, 밥 먹을 때에도, 잠자기 전에도 휴대폰을 열어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으면 손안에 가시가 돋는 시대다.

거의 '휴대폰 중독'이다. 필자도 비슷하다. 이제 휴대폰을 제외하고 우리 사회를 논할 수 없다. 휴대폰은 우리사회에 세대간, 계급간 정보의 평등을 가져왔다. 정보화 사회에서 독점 정보는 엄청난 무기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그리하여 사회적 이슈는 순식간에 전국민에게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여론이 형성된다. 그리고 그 여론이 우리 사회를 좌우한다. 우리 사회에서 '갑'인 정부나 대기업 등 힘있는 자들의 치부가 휴대폰으로 인해 낱낱이 생중계된다. 그리하여 이제는 휴대폰이 '정의'인 시대인 것이다.

휴대폰의 모바일 혁명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보았다. 참 편한 세상이다. 휴대폰은 40년전 최초로 출시되었다. 초보적인 LED 디스플레이가 장착됐고, 전화번호 저장용량은 30개, 한번 충전으로 30분 통화가 가능했으며, 가격이 3천995달러나 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휴대폰이 처음 출시되었는데, 폭 7cm에 길이는 무려 25cm, 가격은 160만원이었다는데 당시 대졸 초임 월급이 30만원 정도였던 걸 감안하면 이른바 수퍼 부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 이후 1980년대 아날로그에 이어 1993년을 기점으로 디지털통신시대가 열렸고, 3G통신과 함께 스마트폰이 등장했으며, 지난해부터는 4G LTE시대가 본격화됐다.

우리나라에 스마트폰이 본격 도입된 것은 2009년 11월 아이폰이 시판되면서부터라고 한다. 이후 약 2년 9개월만에 3천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73%로 세계 1위. '손 안의 컴퓨터' 스마트폰이 일상적으로 이용되면서 인터넷을 언제,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만족을 주는 응용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모바일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 또 기업들의 생산과 영업활동에서 업무의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됐고, 개인의 학습, 여가, 취미생활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무엇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폭넓은 소통이 가능해졌다.

팟캐스트와 모바일인터넷 방송 등 뉴미디어가 활성화되는 현상도 뚜렷해졌고,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게임, 교육, 쇼핑 등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새로운 시장도 속속 창출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선거운동 방식이 달라지는 등 정치사회적으로도 의미있는 변화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수평적 소통'이다. 즉, 돈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논리적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사람이 온라인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으면서 여론형성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최근에 대기업의 상무가 비행기 안에서 라면을 트집잡아 부린 행패도, 유제품 회사가 대리점주들에게 매출을 강요하는 행태도, 예전 같으면 쉬쉬하며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가는 사건이었을 것이지만, 이젠 사회적 이슈가 되고, 휴대폰 댓글에 의해 결국 이들 사건의 '갑'들은 '을'에게 사과하거나 자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었다. 예전 같으면 '갑'의 횡포에 대해서 찍소리도 못내던 '을'이 휴대폰을 무기로 '갑'에게 감히 대항을 하고 결국은 이긴 것이다. 바야흐로 지금 시대의 정의는 모든 국민이 손안에 쥔 휴대폰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junebe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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