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법률사무소 사람&사람 대표변호사

며칠 전에 친한 후배가 찾아왔다. 자기 처의 어머니가 약 10년 동안 어떤 남자와 사실혼을 유지해오는동안 같이 장사를 해서 아파트를 장만하고 차도 사는 등 재산을 모았는데, 몇 달 전에 그 남자가 사망하였다. 그런데 그 남자의 자식이 나타나 처의 어머니가 살고 있던 아파트의 상속인임을 주장하며 비워달라고 한다. 그 아파트는 부부가 합심해서 번 돈으로 마련한 것이므로 어머니의 몫을 찾아올 방법이 없겠냐며 하소연을 하였다.

일을 하다보면 사실혼 관련 사건이 적지 않다. 그런데 사실혼은 우리 민법에 규정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법률혼 규정을 유추하게 된다. 사실혼에 관해서는 부부간 동거, 부양, 협조, 정조의 의무 등 법률혼에 준하는 일정한 효력이 인정되지만, 재산상속 등 혼인신고를 전제로 하는 규정은 유추적용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사실혼을 해소하는 경우 재산분할은 어떨까?

생존배우자 간에는 법률혼이든 사실혼이든 그 해소시 일방은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지만,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는 두 경우 모두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없어서 둘 간의 차이는 없다. 그런데 일방이 사망한 경우 중대한 차이가 발생한다. 즉,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 법률혼배우자에게는 상속이 개시되므로, 법률혼의 배우자는 어떻게든 재산분할청구권 또는 상속권으로 보호된다. 그러나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상속권이 인정되지도 않고, 재산분할 청구도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 이유에 대하여 판례는 "법률상 혼인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도 생존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되지 아니하고 단지 상속에 관한 법률 규정에 따라서 망인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만이 인정된다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는 그 상대방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대법원 2006. 3.24. 선고 2005두15595판결).

판례에 의하면 생존 중에 사실혼관계가 해소된 경우에는 법률혼의 이혼시 재산분할청구권의 유추적용이 인정되므로 실질적 부부공유재산의 청산과 사후 부양을 실현할 수 있지만, 사망으로 사실혼이 해소된 경우에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가 사후 부양은 고사하고,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이룩한 실질적 공유재산에 대하여도 아무런 권리를 갖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판례의 입장은 사실혼관계가 일방 당사자의 사망으로 인하여 종료된 경우에 생존한 상대방에게 상속권은 물론이고, 재산분할청구권도 인정되지 아니하여 사실혼 보호라는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 즉, 사망에 의한 법률혼 해소의 경우에는 생존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부여되므로, 현행법의 체계상으로는 부부재산관계 청산과 부양이라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근거를 갖는 재산분할청구권을 중첩하여 인정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사실혼 배우자의 사망시에는 생존 사실혼 배우자에게 상속권이 없으므로, 오히려 사실혼의 보호차원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또 생존중 사실혼 해소의 경우에는 재산분할을 허용하면서 배우자의 사망이라는 '우연'에 의하여 배우자 사망시는 재산분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결국 판례에 의하면 피상속인이 남긴 상속재산 가운데 존재하는 생존 배우자의 실질적 공유지분이 그 상속재산의 형성에 아무런 기여도 없는 법정상속인에게 귀속되어 버리는 불공평이 발생한다.

그래서 최근 입법론으로서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전면적으로 배우자 상속권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상속제도가 갖는 실질적 근거를 잠재적 공유관계의 청산과 사후 부양 또는 유족 생활 보장에 두는 한, 법률혼 배우자와 사실혼 배우자 사이를 차별하여야 할 근거가 없고, 각종 연금관계법령이나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입법조치에 비추어 입법정책적으로는 사실혼 배우자에게도 상속권을 인정하는 것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사실혼 배우자가 상속인들에 대하여 기본적으로 부양을 위한 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대안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여간 소송실무를 담당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고, 지금의 법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부부간 명의신탁의 해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도 해봤지만 그 입증이 상당히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사실혼 배우자의 최선의 방법은 자기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수 밖에는 없다. 또는 법원이 후견적 입장에서 조정을 적극 유도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사자가 거부하면 그만이기에 한계가 있다. 결국 입법적 해결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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