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변호사사무실 '충청' 변호사

국민들이 대한민국 헌법을 한번쯤은 읽었으면 한다. 한 국가의 구성원들이 서로 조화롭게 살기위한 가장 기본적인 합의가 헌법이기 때문이다.

원래 헌법은 개정당시 그 내용을 국민에게 일정기간 공고를 하고, 그 찬반에 대해 국민투표를 하기 때문에 제ㆍ개정 당시의 국민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제·개정 당시에 투표하지 않았던 젊은 세대들은 헌법에 특별한 관심이 있지 않다면 국민이 도대체 어떤 내용에 합의하였는지 잘 알기 어렵고, 국민투표에 참여했던 국민들도 세월이 지나 합의의 내용을 대부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헌법을 잘 모르는 이들은 이미 합의된 기본적 헌법내용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 만한 사안 - 예를 들면 국가유공자에 대한 우대를 하지 말자고 하거나, 누군가의 죄를 가족에게 물어야 한다거나, 심지어는 귀화한 사람에 대한 차별을 해야 한다거나, 여성에 대한 사회적 배려를 할 필요가 없다거나에 대하여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곤 한다.

심지어 유명한 토론 전문가들도 목전의 논쟁 현안에 대한 자기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혹은 위법한 현실을 억지로 정당화하기 위한 기본적인 헌법사항을 부정하는 우를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하다.

그 예로 우리 헌법은 우리나라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국민은 물론 여야 국회의원 대다수가 NLL을 영토선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의문제기는 곧 국가 정체성의 의심으로 연결되고 있다.

하지만, 헌법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NLL은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개념일 뿐 헌법상 영토선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영토는 국가가 배타적인 국가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적 존립기반으로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반드시 지켜져야 할 정의(正義)에 해당하나, 군사분계선은 국가의 현실적인 지배력이 미치는 사실상의 한계선을 의미할 뿐이다.

그러기에 한 국가의 영토선을 침범하여 무단히 점거하며 사실상의 분계선을 이루고 있는 집단이 있다면, 이와 같은 집단은 그 국가에 대하여 반국가 단체가 되고 이들의 영토점거는 불법적인 점거로 평가된다.

그로 인해 국가는 허가없이 반국가단체가 점유하는 지역으로 왕래하는 자국민을 국내법에 근거해 벌할 수 있고, 반국가단체를 배척하고, 그들이 점거하고 있는 영토에 대한 수복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그러므로 영토선의 변경은 그 축소와 확장 모두 헌법개정 사항이 된다.

그러나 반국가 단체의 불법점거 지역에 대한 회복, 즉 군사분계선의 변경은 원래 헌법으로 정해진 영토의 수복이라는 정의 실현의 본질을 가지므로 헌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

이는 국내에서 경찰과 대치중인 인질범을 별다른 정당성 부여 절차 없이 체포할 수 있는 것과 유사한 법적 구조를 갖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헌법이 영토를 만주를 포함한다고 개정한다면 이곳을 우리 헌법에 반해 점거하고 있는 중국은 반국가단체가 되는 것이고, 반대로 우리의 영토를 휴전선 이남으로 정한다면 북한지역은 애초에 우리 영토가 아니하므로 북한의 북한지역 점유는 합법점유가 되고, 우리나라가 수행하는 통일 전쟁은 영토확장을 위한 침략전쟁으로 평가될 우려가 있다. 이렇듯 영토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자칫 국가 내 최고의 약속인 헌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복지정책의 축소를 주장하는 것 또한 위 NLL문제와 유사한 구조의 위험을 갖는다. 우리 헌법은 국가에 대하여 사회보장, 사회복지 진흥에 노력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부 지식인층에서 사회보장이나 복지의 확대를 시도하는 정부의 노력에 대해 국민의 거지근성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행위로 폄하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 역시 헌법에 대한 무지의 결과로 보인다. 그와 같은 주장은 아무리 다른 철학적 논거로 정당화되더라도 현행 헌법에 정면으로 반하기 때문이다.

깊게 연구하면 정말 어려운 것이 헌법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약속들을 이해하고 이웃과 조화를 이루며 살기에는 대한민국 헌법 130조항의 간결한 문장의 일독만으로도 충분하리라 본다.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개인적으로 이 조항이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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