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권택인 '충청' 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경찰청에서 경력 2년차 변호사를 경감 특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경감 특채는 경정으로 특채하던 과거에 비해 한 단계 낮아진 대우이므로 변호사 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이와 달리 법률시장도 시장경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이러한 변화는 당연하다는 인식도 있는 듯하다.

과거 변호사는 법조직역이면 3급, 행정직역이면 5급, 대기업이면 과장 혹은 그 이상으로 고급 단순한 취업 스펙트럼을 가졌었지만, 지금은 능력이 검증된 변호사들은 중앙부처 고위관료 혹은 대기업 임원으로 영전되어 가지만 사회에 갓 나온 초짜 변호사들은 과거와 달리 또 다른 검증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이는 변호사 취업 스펙트럼이 엄청나게 넓어졌음을 의미하므로, 이제 변호사 자격 취득은 타인의 법률사무를 대리할 수 있는 전문자격을 국가로부터 수여받았다는 징표에 불과하고, 그 이후의 생존은 전적으로 변호사 본인의 노력 여하의 문제가 됐음을 의미한다.

물론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다른 직업에 비해 비교적 오랜 기간의 뼈를 깎는 노력과 많은 비용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교차하는 곳에서 가격이 형성된다는 경제 원리를 생각하면 아무리 법률서비스가 공공재 성격을 가지고 있더라도 투입원가로 가격을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민 생활에 보다 밀접한 법률적 조력을 하라는 의미로 과거보다 많은 변호사를 배출하도록 하는 국민적 합의가 도출된 요즈음 연수원 성적에 따라 3급 대우인 판사, 검사로 임용되거나, 5급 이상의 고위 공무원으로 특채되거나 대기업 법무팀장으로 영전되는 것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기업은 인력을 선발할 때 구직인력의 채용직역에 대한 지식은 물론 조직몰입도에 대해 철저히 검증한다. 당연히 공무원 조직도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의 공공 정체성에 대한 테스트를 강도 높게 실시하여 그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한다.

그런 까닭에 법률 전문조직에서 업무와 그의 자격에 기초하여 변호사에게 높은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조직의 특성상 필요하다고는 보인다. 그러나 일반 조직에서 단지 그가 변호사라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높은 지위를 보장하는 것은 위 인재선발의 보편적 기준에 비추어 적절치 않아 보인다.

특히 법률과 크게 연관 없는 공직자의 선발에 있어 그가 단지 변호사라는 이유로 변호사로서의 능력 검증과 다른 검증이 필요한 공무원 지위를 그것도 높은 지위로 부여받는다면 몇 년 씩의 고단한 수험생활을 통해 입직하고, 열심히 일해 승진하고자 하는 공무원들에게 허탈감을 심어줄 것이고 해당 변호사는 공무원 조직에서 고립될 것이다.

구미 선진국 대부분은 변호사 공직 취임에 있어 법률전문 조직이 아니라면 별도로 일반 공무원 임용시험을 치르도록 하고 있고, 기업은 성과를 통해 능력이 입증되기 전까지는 변호사를 단기 계약직으로 채용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법률가 양성제도가 구미의 그것을 모방한 것이라 한다면 그 후의 운영도 구미의 그것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국 최대 로펌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엄청나게 큰 건물 몇 개 층 전체가 우리나라 고시원 칸막이 책상이 벌집 같은 구조로 가득 차 있었고, 그 속에서 어림잡아 수백 명은 되어 보이는 변호사들이 그들의 클라이언트와 상담하거나 법률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대표 변호사의 말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변호사 자격 취득이 새로운 시작에 불과하다고 한다. 물론 그 벌집에서 의뢰인의 신뢰를 얻어 살아남은 변호사는 큰 부를 거머쥐기도 하지만, 능력을 검증받지 못한 변호사의 처우는 형편없다. 특히 '관계'로 인사의 상당 부분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 중국에서조차 판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판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가 된 후, 공무원 시험을 합격하여야 비로소 판사 임용 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하니, 변호사가 되고 나면 대부분 나머지 인생은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우리나라 과거의 모습과 크게 비교된다.

법 지식은 단지 머릿속에 있을 때에 꿰어지지 않은 서 말의 구슬에 불과하고,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러므로 고난도 자격시험 합격으로 법학 능력을 검증받았으니 더 이상의 검증은 필요 없다는 일부의 항변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변호사는 계속된 검증의 관문을 통과하여야 한다. 변호사 입장에서는 수난이고, 국민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상황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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