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 최우식 사람&사람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크리스마스 이브에 딸래미를 억지로 재우고 기어이 아내와 심야에 '변호인'을 보고 왔다. 법정영화이고 또 익히 故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 있어 과연 얼마나 그런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 부산. 돈도 빽도 없는 상고출신의 변호사가 당시 다른 변호사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던간에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다가, 우연히 7년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을 알아보다가 고문이 자행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주의의 만류와 협박에도 불구하고 그의 '변호인'이 되겠다고 하여 그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뜨겁게 그리고 있다.

영화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해보면, 왜 제목을 '변호사'가 아니고 '변호인'이라고 붙였을까? 일반인들은 변호사가 곧 변호인 아닌가 생각할 것이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대개 변호인은 변호사중에서 선임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변호사가 아닌 자가 변호인이 될 수 있다. 바로 사법연수생이다. 사법연수생은 사법연수원 수료까지는 아직 변호사가 아니지만, 2년차때 법원 시보를 하면서 국선변호인을 맡는다.

민사소송에서는 어떨까? 큰 범주에서 보면 남의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어서 '대리인'인데, 형사소송에서는 '변호인'이라고 칭하고, 민사소송에서는 '소송대리인'이라고 말한다. 민사에서는 소송대리인이 대부분 변호사이지만 반드시 변호사일 필요는 없다. 변호사가 아닌 경우로서 먼저 법령의 규정에 따라 당사자의 일정한 범위 안의 업무에 관해 일체의 재판상의 행위를 할 권한을 부여받은 '법령상의 소송대리인'이 있다. 이에는 상법에 따른 지배인·선박관리인·선장 등이 있고, 국가가 당사자인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과 각급 검찰청의 장 또는 행정관청의 장이 지정하는 직원이 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단독판사가 심리·재판하는 사건 가운데 그 소송목적의 값이 1억원 이하인 사건에서, 당사자와 밀접한 생활관계를 맺고 있고 일정한 범위안의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 또는 당사자와 고용계약 등으로 그 사건에 관한 통상사무를 처리·보조하여 오는 등 일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대리인이 될 수 있다. 다만 2천만원 이하의 소액사건에서는 당사자의 배우자·직계혈족 또는 형제자매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영화에서 옥의 티가 하나 있다. 재판 장면에서 판사가 법정에 끌려나온 국밥집 아들을 '피고'라고 호칭하는데, '피고'는 민사재판에서 사용하는 용어이고,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이라고 부른다.

생각을 나아가서 영화의 모티브인 '변호사' 노무현을 생각해본다. 정치인 노무현은 그 평이 극렬하게 갈리지만, 그는 변호사로서의 표상을 보여준다. 첫째가 그의 '사람' 중심이다. 필자가 보기에 어렵게 공부해 합격한 소위 '개천의 용'들은 사법시험에 합격후 돈에 대해 대략 두가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그동안 없었으니 악착같이 돈을 벌거나 원래부터 없었으므로 돈에 초연하거나이다. 변호사 노무현도 처음에는 전자의 모습을 보이다가 그후 그는 대기업과의 계약을 포기하면서까지 돈이 전혀 안되는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는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인 그의 신념을 보여준다.

둘째는 그의 '용기'이다. 그가 소위 부림사건의 변호인을 맡고나서 경찰의 수모, 검찰의 협박, 나아가 세무조사까지 받으면서까지 변호인 사임을 강요받는다. 한 집안의 가장이요, 사무실 직원을 먹여 살려야 하는 오너입장에서 돈 안되는 사건은 집어던지면 그만이고 아무도 그에 대해 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당시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재판에서의 판·검사 변호사의 암묵적인 법조인 카르텔(판사가 유무죄를 미리 단정하면 그에 따라 검사와 변호사가 소위 거래를 하는 형태)를 과감히 깨뜨린다. 그런 것은 변호사로서의 직업을 걸고 하는 것인데도 그는 그 위험을 무릅쓴다.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어두운 시대가 다시 도래한다면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영화를 본후 계속 머리를 맴돈다. 나도 가정이 있고, 먹여 살릴 직원이 있으며 나 하나 나선다고 세상이 바뀌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계란에서 닭이 계속 나와 그 바위를 밀어버릴 수도 있다. 그리하여 답은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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