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충청'변호사·법무부 교정자문위원

2014년 새해가 밝았다. 많은 이들이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면서 올해의 목표를 세우곤 하는데, 흡연가들 중 상당수는 아마도 금연을 목표로 설정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애연가인 필자도 새해가 밝으면 신년의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곤 하는데, 매해 첫 번째 목표로 '금연'을 별 고민없이 적어두고 나머지는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는 것이 통과의례가 됐다.

이는 '담배연기 없는 사회의 건설'이라는 WHO(세계보건기구)의 전략 목표, 일부 선진국들이 흡연을 반사회적 행위로까지 간주하는 추세에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매년 400만명 가량이 흡연으로 인하여 사망한다고 하고, 금연을 하지 않는다면 향후 20~30년 후에는 흡연관련 질병 사망자가 연간 1천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하니, '금연'보다 세계적으로 그리고 보편적으로 권장받을 만한 신년 목표가 또 있을까 싶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상 오래도록 고심하여 글을 쓰고, 쓴 글을 세심하게 다듬는 행위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필자로서는 그 글쓰는 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때 담배만큼 익숙한 친구를 찾기 어렵게 때문에 내년도 첫번째 신년 목표는 또다시 '금연'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원한 맥주한잔 들이키면서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이기도 어려워질 만큼 흡연자는 설 땅을 잃어버렸다. 이는 과거 흡연자의 횡포(?)가 도를 넘어 간접 흡연자의 건강에 아랑곳없이 무례하게 담배를 피워대던 야만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의 강력한 금연정책은 비흡연자들이 일궈낸 혁명적 쾌거라 할 만하고, 흡연자의 입장에서는 인권침해를 논할 수 있을 정도의 몰락이라 할 수 있겠다.

강력한 금연정책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확립된 이 시점에 우리나라의 금연정책이 흡연자의 인권침해라는 다소 과격한 표현이 왠말이냐 싶지만, 실제로 불과 몇 년 전 헌법재판소에서는 강화되는 금연정책으로 인한 흡연자의 인권침해의 위헌성이 큰 이슈가 되어 다투어진 적이 있었다.

헌법재판소에서는 흡연자들의 흡연권이 기본적 인권임을 인정했고, 비흡연자들에게도 흡연을 하지 아니할 권리 내지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이른바 '혐연권')가 있음을 인정했으나, 흡연권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의 자유의 한 내용에 불과하지만, 혐연권은 제17조는 물론이고 헌법 제10조 및 헌법이 보장하는 건강권과 생명권에 기하여서도 인정되므로 혐연권이 흡연권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판단했다.

나아가 이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일방적으로 비흡연자의 혐연권의 KO승을 선언해 버렸고, 그로 인해 흡연자와 혐연자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완충지는 법적으로 사형을 선고받았다(물론 이러한 헌재의 논증방식에 대하여는 담배에 대한 기호를 떠나서도 헌법학적으로도 큰 비판이 있기는 하다).

우리처럼 금연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또 다르다. 일본 동경의 한 로펌에서 몇 주 머무르며 경험한 바에 따르면, 일본 역시 금연에 대한 세계적 추세를 거스를 수 없었던 탓에 과거에 비해 금연정책이 강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영역에는 흡연자를 배려하는 각종 편의시설이 설치되어 있었고, 민간의 영역은 혐연자의 흡연자에 대한 관용과 흡연자의 혐연자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 일방적인 금지에 익숙해진 필자로서는 흡연자의 인권도 숨쉴 틈을 주는 그들의 금연정책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민간의 생활에 강제를 본질로 하는 법이 깊게 개입할수록 관용과 배려를 본질로 하는 도덕의 영역이 사라지게 되어 역설적이게도 사회는 무도덕화 되어간다. 정부의 금연정책과 법령이 일방적인 혐연권 보호 일변도로 나아가면서 혐연과 흡연이 공존할 수 있는 관용과 배려의 영역은 급격히 줄어들어 생활이 팍팍해진 감이 있다.

과거 흡연자들의 가해행위가 그들의 무지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고, 이제 흡연의 간접폐해에 대한 학습이 충분히 이뤄졌음을 생각해 본다면, 법으로 금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혐연자와 흡연자의 기본권의 경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는 방향으로 금연정책이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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