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최우식 사람&사람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개인간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법대로'하는 각종 소송이고 다음은 '좋게 좋게 말로서' 끝내는 조정이나 화해, 중재 등이 있다.

당사자간의 합의로 분쟁해결방법 중 제일 많이 쓰이는 것은 '조정'일 것이다. 특히 이혼사건에서는 '조정'을 반드시 거쳐야 하고, 그 외 민사사건 중 소액사건이나 친족간의 분쟁, 사회적 약자(임차인 등) 관련사건 등에 조정이 나름 유용하게 쓰인다. 일도양단의 재판보다는 서로 양보해 '윈윈' 할 수 있는 제도로서 그 다툼으로 인한 아픔도 어느 정도 치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요즘은 조정이 상당히 많이 권유된다.

이런 조정제도가 형사에서도 도입된 것이 '형사조정제도'이다. 형사조정제도란 형사조정위원의 참석 아래 가해자와 피해자가 만나 합의를 할 수 있는 제도다. 형사조정은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형사조정에 응하겠다고 동의하는 경우에만 진행되며, 검사가 조정 회부를 결정한다.

대상 사건으로는 사기, 횡령, 배임 등 재산범죄 고소사건 및 소년, 폭력, 교통사고, 의료사고, 명예훼손 범죄 등 형사조정을 통해 피해자 구제 및 당사자간 갈등 해결이 바람직한 고소사건이며 고소사건 외 일반형사사건 중 위 고소사건의 예와 같이 조정의뢰함이 상당한 사건이다.

진행절차는 검찰접수 고소사건의 경우 민원전담관실에서 고소인의 조정의사를 확인하고, 주임검사실로 사건 배당 후 주임 검사실에서는 1주일 이내에 조정의뢰 여부를 결정하며 조정에 부동의한 사건이라도 주임검사가 검토해 배당 후 1주일 이내에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조정의뢰 할 수 있다. 조정위원회는 형사조정 사건당 3명으로 구성되고, 위원중 1인은 변호사, 법무사 또는 법학교수, 나머지 2인은 인품과 소양을 갖춘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다.

조정이 성사된 경우에, 예를 들어 가해자는 일정 금액을 피해보상으로 언제까지 지급해준다고 하고 이에 피해자가 고소취소를 하고 추후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아니한다고 합의한 경우에 그 사건이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의 경우에는 사건이 불기소처분으로 종결되고, 일반 사건의 경우에는 기소나 양형에 참작이 되어 경한 형으로의 구형이나 판결이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청주지방검찰청 형사조정위원으로 1년 넘게 한달에 약 4~5건의 형사조정을 해왔다. 주로 이웃간의 싸움, 사소한 욕설 등의 명예훼손, 적은 금액의 사기, 임금체불 등 소위 '짜잘한' 사건들이데, 필자의 나름 형사조정 성공률을 높이는 노하우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다.

대개 당사자의 변명은 듣지 않고 피해보상을 얼마를 해줄 것이냐는 본론으로 들어가는 조정위원이 많은데, 그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한 사건이나 당사자간의 불신이 큰 사건은 합의가 어렵다. 그래서 그런 사건은 물론이고 일단 당사자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왠만하면 '끈기있게' 충분히 들어준다. 왜냐면 형사조정은 말 그대로 조정이지 재판이 아니기 때문이다. 재판에서는 구구절절한 사연은 필요 없고 법적요건에 맞느냐 아니냐만 중요하지만, 형사조정은 재판이 아니다. '어떻게'가 아니라 '왜'가 중요한 것이 조정이다. 그러기에 '왜' 돈을 훔쳤는지, '왜' 직원들 월급을 못주는지, '왜' 싸웠는지 등을 물어보고 그에 대해 가해자 및 피해자에게 물어보면 '구구절절'한 인생사가 나오기 마련이고, 그런 이야기를 참을성 있게 들어주면 그들 나름대로 맺힌 게 풀리기 마련이고 그러면 설득이 쉬워진다. '경청'의 힘이다.

이번에 검찰이 형사조정 활성화를 위해 이웃간 분쟁이나 소액 재산범죄 등을 형사조정 적합사건으로 선정해 '반드시' 형사조정 의뢰 여부를 검토하기로 하는 내용을 담은 '형사조정 활성화 종합대책'을 마련해 이번달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검찰이 밝힌 형사조정 적합사건은 ▶피해액 1천만원 이하의 재산범죄 사건 ▶피해액 약 300만원 이하의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 ▶3주 이하의 상해 ▶이웃·지인간 폭력 또는 명예훼손 등 감정악화로 인한 사건 ▶민·형사 사건 여부가 불명확해 불기소하는 사건 등이다. 또 당사자들이 조사를 받다가도 당일에 바로 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즉일 조정제도'와 특정 요일에 전일 근무하는 '상근조정위원', 직장인 등 당사자들의 편의를 위한 '야간·휴일 조정'과 '찾아가는 출장 조정', 이와 함께 조정성립률을 높이기 위해 의료, 노동, 지식재산, 청소년 등 전문분야별로 조정위원을 위촉하는 '전문분야별 조정위원회'도 운영한다고 한다. 형사조정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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