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권택인 법률사무소 충청 변호사

얼마 전 제국그룹과 호텔제우스 등의 기업이나, 법조계의 부와 명예, 지하경제 큰손의 상속자들이 다니는 제국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청춘들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상속자들'이 시종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종영했다.

드라마 제목이 암시하듯 이 청춘로맨스는 '아버지가 선택한 자식이 아버지의 재산을 전부 상속한다'라는 명제가 참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물론 법적으로는 반드시는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이 드라마에서는 종영할 때까지 상속이 개시되기 전 증여의 문제나 상속이 개시된 이후의 상속순위와 동순위 상속자들간의 상속비율, 기여분, 유류분과 같은 자잘하고 구체적인 법률 이야기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귀여운 악당 최영도가 쉬크하게 "뭐 이리 흑기사가 많아? 승부욕 생기게" 같은 주옥같은 대사를 날릴 때, 차은상이 상속법에 따른 상속비율 등을 읊조리면서 "넌 사실 네가 생각하는 만큼 부자가 아니야"라는 대사를 한다거나, 김탄이 증여와 유류분을 들먹이면서 "너도 미리 증여받아라" 따위의 대사로 응답했다면 드라마 시청률은 아마도 반토막은 커녕 십분의 일 토막이 났으리라 짐작된다.

종종 재미있게 보고 있는 사극에 대해서 '옷매무새에 고증이 부족하네', '역사왜곡'이네 하는 등의 사학자들의 디테일 살아있는 전문적인 비판을 보면서, 드라마를 만드는데 뭐 그렇게까지 자세히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필자 역시 요즈음 논란이 되고 있는 상속법 개정안과 드라마 '상속자들'의 내용이 머리에 오버랩되면서 '최영도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재혼하면 최영도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데…'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하거나, 법적 견지에서 제목을 '공동상속자들' 내지 '수증자들'로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소란스러운 것을 보면 법률가가 필자의 천직이 맞기는 한가 보다.

물론 그와 같은 드라마가 법률 문외한들에게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정당한 상속인이 자신의 권리를 찾지 못하는 일이 생기고, 이를 악용한 욕심 많은 참칭 상속인들이 생겨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지나친 비약이어서 필자가 직업병 환자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상속에 대한 별다른 법률지식이 없는 분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억울하게 상속과 관련한 정당한 권리를 잃거나, 예기치 못한 상속 관련 송사에 휘말려 뒤늦게 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점에서 일반인들도 개괄적으로나마 상속에 대한 법률지식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과거에는 큰아들이 아버지의 모든 재산을 상속 받았었다. 하지만 그 후 상속법 개정이 수차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 현재는 부부중 일방이 사망했을 경우 전체 상속재산을 생존 배우자와 자녀들이 공동으로 상속하되, 자녀간에는 균등한 비율로, 생존 배우자는 자녀들의 상속분보다 5할을 더 상속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위와 같은 경우 전체 상속재산의 절반을 생존배우자가 선취분으로 우선해 상속받고, 나머지 반을 현행상속분에 따라 분할하도록 할 예정이라 한다.

즉, 생존한 배우자는 선취분 50%에 더하여 추가로 5할 가산 상속을 받게 됨으로써사실상 대부분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는 것이다.

알기쉽게 드라마 속에서 이혼한 부자 아버지를 둔 '상속자들'의 최영도의 예를 들면 현행법에 따르면 아버지의 유산을 100% 상속하게 되지만, 개정 상속법에 의하면 아버지가 재혼하게 되면 최영도는 아버지의 재산을 20%만 상속할 수도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상전벽해와 같은 상속법의 변경은 약 26년만의 일이다. 이는 생존해 있는 배우자의 노년빈곤을 염려한 까닭이라 하는데, 이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상속받은 자녀가 생존 부모를 외면해서 법으로써 효를 강제하고자 함에 다름 아니다. 법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여 지난 26년 간 우리 사회 현실이 돈에 효를 팽개칠 정도로 병들었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子欲養而親不待(자욕양이친부대).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아니한다. 부모로부터의 상속을 탐내기보다 부모를 오래도록 봉양하고 싶어했던 옛 선조들의 효성스런 마음을 지키는 따뜻한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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