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박현수 숲해설가

생태는 이해하기 참 힘든 일입니다. 예년보다 포근하고 조용했던 무심천에 조류독감 여파로 매일 소독하기 바쁜 날입니다. 조용함 속에 예상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이 일어납니다. 그 모든 것들이 생명과 이어진 것들이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무심천에 다양한 생명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도 두 해가 넘어가는데 매번 빠져있던 구성원이 있습니다. 바로 연체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연체동물은 몸이 부들부들 연한 동물들을 말합니다. 연체동물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아마도 오징어나 문어가 아닐까요? 둘 모두 연체동물에 속해 있습니다. 연체동물은 지구 상에서 존재하는 동물들 중 곤충을 포함하는 절지동물 다음으로 종 수가 가장 많습니다. 민물에 사는 연체동물은 크게 복족류(腹足類)와 부족류(斧足類)로 나누어집니다. 한자로 표기해서 좀처럼 어렵게 느껴지지만 쉽게 복족류는 배 쪽에 큰 발이 나와 움직이는 동물을 말하며 고동, 다슬기, 우렁이, 물달팽이 등이 있습니다. 부족류는 발이 도끼와 닮은 동물 또는 '이매패'라고 부르는데 껍데기가 두 장이라는 뜻입니다. 보통 조개들을 해감할 때 보면 혀처럼 내민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다가옵니다. 복족류와 부족류 모두 합쳐서 패류(貝類)라고 하며 물고기들과 함께 어패류(魚貝類)라고 불리는 동물입니다.

민물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부족류는 재첩과와 석패과로 나누어집니다. 재첩과는 이름과 같이 재첩국으로 유명한 재첩을 말하며 재첩은 총 6종으로 나누어집니다. 석패과(石貝科)에는 돌처럼 생긴 큰 조개들을 말하며 말조개 무리, 대칭이 무리, 두드럭조개 무리로 나누어집니다. 예전에는 두드럭조개가 한강에 많아서 일본에 수출까지 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만나기 쉽지 않은 생명입니다. 귀이빨대칭이는 멸종 위기종 1급으로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더욱 개체 수가 적어져 발견되는 즉시 뉴스에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많은 석패류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무심천 조사했을 때 만난 부족류는 재첩과 말조개입니다. 무심천에 왜 재첩이 있겠냐고 했는데 제법 많은 개체 수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도 서식했는지 여러 지인들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서식을 했다고 하는 대답을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무심천에 재첩을 뿌렸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아직까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 했습니다. 말조개는 모래가 많은 지역에 많이 서식하는데 '크다'라는 표현이 붙은 '말'이 붙여진 조개입니다. 말조개는 청남교와 수영교 사이 모래 퇴적층이 많은 곳에서 대량으로 채집되었습니다.

말조개를 포함한 석패류들은 물고기들의 산란처로 유명합니다. 납자루와 중고기 등을 포함한 15종의 물고기들이 조개 속에 산란을 합니다. 무심천에 납자루, 납지리가 많이 서식하는 것도 이 조개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암컷은 조개의 물이 나오는 수관 즉 출수공에 알을 재빨리 낳습니다. 그래서 산란기의 납자루 암컷의 배에는 투명한 튜브 같은 줄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찰나의 시간에 낳아야 하는데 실패하지 않고 알을 성공적으로 낳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컷들은 암컷들이 알을 낳자마자 물을 들이마시는 입수공에 정자를 뿌려서 수정합니다. 석패류 속에 알을 낳은 물고기들은 다른 물고기들에 비해 알 숫자가 적은데 그것은 알을 잃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입니다. 그 큰 조개를 뚫고 알을 먹을 수 있는 천적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물고기가 보답을 해야 할 차례입니다. 석패류들은 납자루 산란시에 모여들기 시작하면 알같이 생긴 '글로키디움'이라는 유패를 뿌리는데 여린 껍데기 끝에 갈고리가 있어 지느러미나 비늘, 아가미에 붙어서 이동합니다. 또한 헛뿌리를 내어서 물고기의 체액을 빨거나 피를 빨아서 먹고 몸을 키워갑니다. 물에 둥둥 떠다니며 자식을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방법으로 키우며 이동해 가는 것입니다.

생태적으로 이런 것을 공생이라고 말합니다. 생명에서 번식은 숙명인 동시에 삶의 의미입니다. 이런 번식을 맡긴다는 것은 신뢰가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가 없는 생명의 희생은 공생을 파괴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함께 살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 사는 것도 그렇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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