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빗소리가 그리웠는데 봄비가 내리고 이제 생명들은 숨쉬기 운동을 마친 상태입니다. 재빨리 꽃을 내민 꽃다지의 노란 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겨울 색을 털어낸 달맞이꽃 잎들이 점점 고개를 들어 올립니다. 담장 밑에 수줍은 흰색의 별꽃과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해를 따라 움직이는 큰개불알풀의 보랏빛 꽃들이 가득합니다.

매번 글을 쓰는 동안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한 것은 검은색의 글로만 이 아름다운 생명들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사진이나 그림으로 생명의 숨결을 표현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니 된장인지 아닌지는 맛을 봐야 아는 것처럼 직접 만남을 주선해야 제 속이 편할 것입니다.

소풍하면 떠오르는 것이 장기자랑과 보물찾기입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남 앞에 서는 것이 부끄러워 장기자랑은 포기하고 모든 신경은 보물찾기에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름다운 유년시절을 보내는 내내 단 한 번도 보물을 찾은 적은 없습니다. 다른 친구들 손에 든 쪽지만 원망과 부러운 눈으로 보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어릴 적 잠재된 기억은 성인이 되어서 표현되는지 도감을 들고 풀꽃, 나무, 새, 물고기를 찾아내는 일이 무척 즐겁습니다. 보물찾기를 하는 것처럼 콩닥콩닥 뛰는 심장과 머리까지 쭈뼛한 감정이 드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또한 생명을 만나는 것은 장소, 시간, 날씨, 운발까지 섞인 오묘한 인연이 있기에 만남의 가치를 더욱 중하게 여기게 됩니다.

현재 도감은 크게 식물도감, 곤충도감, 어류도감, 조류도감, 버섯도감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야외에 소지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도감들도 많은데 도감은 쉽게 생명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먼저 도감을 찾기 전에 생명의 분류에 대해 기본적인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물 시간에 배운 생물의 분류체계 계>문>강>목>과>속>종에 대한 이해를 하면 더욱 쉬워집니다. 서로 비슷한 것끼리 묶고 나눈 것으로 마지막 종이 인간과 같은 하나의 개체가 됩니다. 올라가면서 비슷한 것끼리 묶어지는데 비유를 하자면 유리>병>음료수병과 같은 것입니다. 유리 안에 거울, 창문, 병 등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병에는 모양과 용도에 따라서 음료수병, 술병, 꽃병 등으로 나누어지는 것과 다른바가 없습니다. 보통 생명들은 과에 대한 것으로 분류를 많이 하기 때문에 과, 속, 종까지만 이해하면 쉽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나무는 환경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찾아낼 수 있는데 외관으로 나무에게 변하지 않는 것은 꽃, 열매, 꽃눈, 일년생가지, 엽흔(잎이 떨어진 자리) 등이 있습니다.

쉽게 찾게 만든 나무도감에서는 바로 꽃을 중심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계절별로 꽃의 색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개나리는 봄에서 노란색 꽃이 피는 나무에서 찾으면 나온다는 것입니다.

곤충도감은 목별로 분류해 놓았는데 나비같이 생긴 곤충은 나비목에서 등딱지가 있는 곤충은 딱정벌레목에서 잠자리처럼 생겼으면 잠자리목에서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모습이 비슷한데 몇 가지 특징으로만 다른 생명들도 있는데 분류키, 또는 동정 법으로 구분하며 거기까지에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

물고기 도감은 보통 민물고기 도감을 말하며 대체적으로 생김새와 특성으로 묶인 과별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민물고기 도감은 서식에 대한 것으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남한강, 한강, 금강 등에 서식여부와 상류, 중류, 하류나 물의 깨끗한 정도인 급수, 물살의 속도인 유속에 따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생명을 찾는 즐거움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일입니다. 그 생명을 찾으면서 만들어지는 존재에 대한 가치는 생명의 소중함을 말하지 않아도 강요하지 않아도 되는 일입니다.

또한 생명들 찾아가는 일은 나를 찾는 일이기도 합니다.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 같기 때문입니다. 따듯한 봄날에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서라도 보물찾기 해봄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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