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벚꽃길을 다들 걸으셨는지요.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 잎들 사이로 봄나들이 나온 아이들과 마주쳤습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을 짓게 만드는 것이 꽃과 아이들은 참 많이 닮아있지요. 올해 벚꽃은 참 이른 편입니다. 기다릴 여유조차 없이 하루 밤새 꽃들이 터졌다 사라졌으니 말입니다. 때 이른 조팝나무 꽃과 씨방만 남은 복사꽃, 살구꽃들이 서운함만 더 가져다줍니다. 옛 성인들은 떨어지는 꽃잎에 마음이 베일 정도의 고통으로 봄과 이별을 하였다는데 올해 청춘의 꽃들은 더 조급하게 보내버렸습니다.

계속된 고온현상에 조금만 걸어도 겉옷을 벗기 일쑤입니다. 아직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자꾸 겉옷을 잃어버리곤 하는데 꽃잎 따라서 기억도 떨어지나 봅니다. 이상고온 현상은 올해만 이야기 나온 것은 아닙니다. 1990년 후로 지속적인 고온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특히 올해는 겨울에도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의 따뜻함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꽃샘추위마저 느끼지 못한 봄이었습니다. 벚꽃의 이른 개화와 함께 부지런히 다른 나무들도 꽃을 함께 피웠습니다. 무심천에 개나리와 벚꽃이 함께 만개한 것도 참 오랜만에 보는듯합니다. 나무의 부지런함에 사람과 동물들도 바빠졌습니다. 과수농가는 인공수정하느라 정신이 없고, 도심의 사람들은 꽃구경에 바쁜 일정을 보냈습니다. 꿀벌은 깨자마자 쏟아지는 일거리에 아마 가장 정신이 없었겠지요.

생태에는 서로만의 생태적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계급에 대한 지위가 아닌 그 생명들이 갖고 있는 특성과 사는 법에 대한 지위를 말합니다. 꽃이 피는 시기를 달리하는 것은 바로 생태적지위를 달리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시기에 많은 꽃을 동시에 피지 않으며, 설사 같은 시기라 할지라도 그 꽃의 색과 모양을 달리합니다. 그것은 바로 번식을 하는 매개체들에 대한 전략과 배려입니다. 같은 시기에 많은 꽃들이 한 번에 다 피워 낸다면 한정된 숫자의 곤충으로 인해 수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분을 마친 나무들은 열매를 키우기 위한 분주한 활동을 시작합니다. 첫 번째로 광합성을 하기 위해 잎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린 잎들은 두꺼워지고 색도 점점 짙은 녹색으로 변해갑니다.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졌으니 잎을 내는 시간도 덩달아 빨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때 곤충들과 관계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어린 애벌레들이 나무의 여린 잎을 먹고 자라는데 잎이 빠르게 강해지기 때문에 애벌레들이 소화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양분도 적어져서 영양실조로 많은 개체수가 죽게 됩니다. 곤충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바로 식물 수분의 매개자가 줄어든 다는 것이고 또한 곤충을 섭취하는 포식자들의 먹이양이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더 나가 다양한 생명들이 먹이에 대한 혼란과 번식에 대한 실패로 이어지게 될 수 있으니 간단한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상고온으로 벚꽃이 빨리 핀 것이지만 생태적으로 본다면 많은 현상들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감출 수는 없습니다. 이상고온이 나무에 주는 영향은 분명 생장이 빨리지는 것은 분명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고온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병충해입니다. 고온으로 인한 때 이른 바이러스 및 균류의 침투가 가능해지고 나무는 미리 준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더 심한 병 앓이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아이들을 만나보면 일찍 꽃을 피우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바로 선행학습이라는 것입니다. 선행학습 자체는 고온현상과 같습니다. 빨리 성장하는 것 같지만 결국 삶의 혼란이나 병 앓이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건강한 지위를 가질 수 있도록 꽃을 바라보는 마음처럼 열매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지켜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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