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보건복지부는 2014년 영유아보육 업무계획과 관련, 부모들의 선택권이 다양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보육지원을 확대해 필요한 날, 필요한 시간만큼 불편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는 시간제 보육반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밝힌 '맞춤형 보육'이라는 용어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존의 취약보육 형태를 재명명하면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육현장에서는 '취약보육'이라는 용어에 익숙해져 있다. '취약보육'의 유형은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제 28조에서 영아보육, 장애아보육, 다문화아동보육, 시간연장형 보육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설의 양적 증가와 재정의 급속한 확대에 걸맞은 맞춤형 지원 설계와 관리 시스템 및 인프라는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급속한 수요 충족을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늘어나면서 부모 체감도나 만족도가 저하되었으며 일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과 개인이 들어와 이중적 역할을 하는 '근본적 한계'가 노출되고 있다. 즉, 어린이집이 많아졌음에도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 없다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또한, 현행 맞춤식 보육은 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 지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제적으로 보육의 일차적 수요자인 아동의 복지는 간과하고, 여성과 양육자의 편의에 초점이 맞추어져 '아동복지 최우선'이라는 아동권리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공립 시설에서 운영하는 24시간 보육시설에는 주5일 동안 한 번도 아이를 만나러 오지 않아 아이를 방치에 가깝게 양육하는 부모들이 많고, 그나마도 강제로 토요일에 함께 지내도록 하자 마지못해 아이를 잠깐 데리고 가서 잠만 재우고 다시 어린이집으로 데려온다. 시간연장형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들은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식사습관이 나빠 밥을 먹이기 어렵다며 서비스를 신청해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저녁을 먹고 오도록 하는 부모들도 있다. 결국, 부모의 근로유형 및 근로시간, 저소득 가정, 조손가정을 포함한 계층별 요구, 장애아 및 특수아 자녀 등 부모의 다양한 요구를 고려한 맞춤형 보육서비스가 제공되도록 하겠다는 제도의 본래 목적은 사라지고 부모의 보육시설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고 있으며, 자녀 양육의 1차적 책임자인 부모 역할의 축소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수요자인 가족의 입장에서는 이용시간 제한 도입 등을 통해 아동과 부모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의무적으로 확보해 주고, 자녀 양육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다양한 부모교육이 마련되어야 한다. 공급자로서 보육시설에 대해서는 24시간 시설의 경우 야간 근무를 위한 인력 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인력 충원을 통해 근무환경을 개선시켜야 한다. 또한 맞춤형 보육만의 재정지원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 현재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지원 기준을 개선하고 지역이나 어린이집 사정을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일부 공공영역과 기업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영유아를 양육하는 맞벌이 부모들의 한시적 유연근무제를 사회 전체에 뿌리내리도록 하여 편안하게 부모들이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일·가정 양립을 위한 여성경제활동 제고의 방안으로 맞춤형 보육의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모로부터 돌봄을 받을 아이의 당연한 권리가 침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 시스템 속에 돈에 눈이 멀어 돈 되지 않는 일을 무심히 지나쳐 온 어른들 때문에 어려움 속에서도 잘 자라 준 수많은 아이들을 잃었다. 잘못된 줄 알면서도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덮어두며 지나온 세월이 수많은 아이들 미래에 존재했던 '아름다운 세월'을 앗아가 버린 것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고 충분한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영유아기 뿐 아니라 전 생애에 걸쳐 가족과 사회로부터 제대로 된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는 안전한 사회 환경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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