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비극같은…밤은 왜 오는가
세월호 비극같은…밤은 왜 오는가
  • 송창희 기자
  • 승인 2014.05.11 2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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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젊은기획자展 '길들여지는 밤' 내달 28일까지 우민아트센터서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죽음, 공포, 고통, 시련과 절망. 결코 익숙해지기 쉽지 않은 인생의 '밤'들에 길들여질 수 있을지에 해답을 던지는 전시가 열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14 우민젊은기획자전 '길들여지는 밤'이 오는 6월 28일까지 우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우민아트센터(관장 이용미)가 젊은 기획자를 양성하기 위해 전국 공모로 마련한 프로그램으로 조지현 아트스페이스 이드 대표가 선정돼, 기획한 전시다.

조 기획자는 햇빛이 보이지 않는 '밤'을 죽음이나 공포, 고통, 불안과 같은 어두운 감정이나 고통스럽고 막막한 상태를 비유적으로 사용해, 그것들이 우리 각자의 삶 안에 수용되기까지의 과정을 풀어내고 있다. 성왕현, 송유림. 양유연, 이유나·오헬리앙 뒤센, 임지희, 정해련, 황지윤, KKHH씨 등 작가 10명의 작품을 통해 서로 다른 층위의 감정으로 투영된 '밤'의 정서를 바라보고 있다.

성왕현 작가의 '생선', '집에 오는 길', '부유', '어딘가', '섬'이라는 제목의 작품들은 죽은 사람에게 수위를 씌우듯 자본의 논리에 의해 철거돼 방수포로 뒤덮어진 추억의 장소들이 넓고 파란 흐름으로 일렁인다. 작가는 이러한 소중한 대상을 잃어버린 슬픔을 멜랑콜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애도와 달리 '멜랑콜리'는 상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지속적으로 충격의 상태에 머물러 있음으로써 감정적 상실을 거부한다. 이는 작품 '섬'에서 거대한 물결사이로 고립된 한두 채의 집, 단순한 컬러, 심한 대비 등의 조형원리 화해 올곧이 드러난다.

송유림 작가는 다분히 우회적인 암시를 통해 정적이며 감성적인 어조로 타인과의 갈등, 불안과 같은 밤의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특히 'Family Album', 'Words of Family'는 지금까지 작가가 집중해왔던 가족이나 유년시절 이야기의 연장 선상으로 이미지를 통해 의미가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작가는 함축적이고 모호한, 분명하게 말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을 켜켜이 올려진 색색의 실들로 차분하고 아름답게 화면 안에 수놓고 있다.

양유연 작가는 전체 색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과 함께 작가 자신의 삶의 연대기에 나타난 개인적 표상일 수도 있는 인물을 화면에 등장시킴으로써 인간이 품고 있는 상처, 우울, 불안을 환기시킨다. 이러한 작가의 어두운 정서는 장지에 머금은 채색만큼 넌지시 제시될 뿐이지 곧장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 작가가 무슨 고민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것들을 혐오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작가는 여전히 상처받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회피하는 모습으로 화면 속 인물들을 자신에게 투사 시킨다.

황지윤 작가는 몽환적인 느낌의 자연풍경을 화면 가득 담고 있다. 소위 '이발소 그림'이라는 전형적인 형식의 풍경화 속에 공포나 불안, 유희 같은 심리적 자극을 일으키는 개체화된 형상들의 이중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듯 보이는 풍경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바위에 집이 있고, 나무는 청솔모떼이며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수도 흰새떼들이다. '뭔가 많은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드러내지 않는 상태를 작가의 세련된 감정적 태도로 표현하고 있다.

이유나+오헬리앙 뒤센은 영상과 조형설치 작업으로 버려졌던 하나의 오브제를 자르고 벗겨냄으로써 나타나는 형태와 재료 본연의 표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구불구불한 검은색 띠는 전시 주제를 망라하는 '밤'이미지의 함축이며, 각 단계의 감정 변곡선의 알레고리로 의도하지 않아도 변화하는 감정의 속성들을 즉흥적이고, 장소 특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임지희 작가의 '별일 아니다'는 감상자를 단순히 감상하게 하는 것에서 끝나게 하지 않고 생경한 듯 익숙한 내면의 어두운 자아와 대면하게 만든다. 화면 전체를 압도하는 무거운 색감과 침울한 분위기는 이러한 감정이입을 잠시 주저하게도 만들지만, 자신의 짙고도 짙었을 사적인 이야기들을 툭 내려놓을 수 있는 내공과 여유가 공존한다.

정해련 작가는 스테인리스 파이프를 소재로 관습화된 사회적 기준에 들어맞기를 욕망하는 사회에 대해 관찰자로서의 태도를 유지하며 이번 전시가 말하는 정서적 화두에서 조차 한걸음 물러서서 '관망'하고 있으며, KKHH의 '적당한 사이'는 상황에 따라 가깝고도 멀게 느껴지는 관계 속성에 주목해 공동체가 암묵적으로 적당함의 합의를 이끌어 내는 지점 포착을 영상으로 보여주고 있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인생의 '밤'들. 어쩌면 그것은 우리 인생의 시련이면서도 과업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젊은 기획자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인생의 시련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 생각하게 한다. / 송창희







"투병 아버지 보며 캄캄한 삶 만났다…이 미숙한 기획자에게 맡겨줘 감사"

'밤전' 기획한 조지현 대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던 아버지의 투병생활을 모티브로 이번 '길들여지는 밤'을 기획하고 공모에 응하게 됐는데, 세월호 아픔과 맞닥뜨리게 돼서 전시의 의미를 더하게 됐습니다."

2014 우민아트센터 젊은 기획자에 선정된 조지현 아트스페이스 이드 대표는 이번 전시를 통해 뜻하지 않은 세월호 침몰사고의 아픔과 슬픔,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조 대표는 충북예고, 서울여대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4~5년간 작가생활을 하다 전시를 기획하고 신진작가의 활동발판을 마련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열심히, 부단히 노력을 하는데 뭔가 손에 잡히지 않는 갑갑함과 미숙함을 느끼던 때에 이번 공모에 당선돼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늘 분주하게 뭔가를 하고 있는데 소외돼있다는 막막함을 느끼고 있었어요. 심지어 나를 '백수'로 보며 가볍게 인식할까봐 걱정도 됐죠. 이번 기회는 변두리에 있었던 저를 무대로 나올 수 있게 해 줬어요. 미숙함에 대한 인정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조 대표는 심리학자 퀴블러 로스의 죽음에 다가가는 5단계 형식을 인생의 밤을 받아들이는 방법론으로 차용했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은 죽음을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적 준비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우리가 인생의 시련을 대하는 감정과도 닮아있음에 착안했다. 자신도 그러했듯이 우리가 받아들이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시련을 좀 더 유연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막상 공모전에 당선되고 나니 앞이 캄캄했어요. 산처럼 큰 일이 제 앞에 놓여있는 기분이었죠. 전시를 풀어내면서 너무 많이 배웠습니다. 몇 년간 인턴으로 일한 것보다 더 많이 성장했고 이것들을 바탕으로 더 큰 세계를 향해 도전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는 조 대표는 2012년 스토리아트레지던스 지역특성화사업 선정, 2013년 청주 중앙동 콜라보레이션을 기획했으며, 현재 청주시 북문로 '아트스페이스 이드' 대표로 활동중이다. / 송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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