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개인적으로 가장 힘든 강의 주제는 '여성'이다. 사회복지학의 중요한 주제인 '차별'의 사례가 되기 때문에 커리큘럼에 '여성'에 대한 선택과목을 두고 있고 여성에 대한 강의가 꼭 필요하지만, 개인적으로 여성에 대한 차별을 크게 느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양성평등의 가장 중요한 척도인 가사분담으로 가면 살짝 평등하지 않은 것도 같지만 우리 집은 각자 역할이 다를 뿐 나름 가정 내 업무 분장이 확실한 편이다(내가 조금 더 양이 더 많은 것 같기는 하다).

이 전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할 때도 오히려 '여성 사회복지사'여서 누릴 수 있었던 것이 많았다. 아이 양육 때문에 유연근무제 혜택도 받았고, 임금은 낮았지만 사회적 지지와 인정이 뒤따랐다.

그런데 '어지간한 남자보다 낫다'는 소리가 칭찬인 줄 알았건만, 그 말의 저변에는 '여자는 남자보다'의 부정적 전제가 있었음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지난 5월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동일임금의 날(Equal Pay Day) 제정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남녀임금격차는 2010년 기준으로 39%, OECD 회원국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지난 2000년 40%에서 단 1%만이 개선된 상황이다.

여성의 임금 불평등 문제는 여성과 남성이 동일한 가치의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거 없는 차별과 직종차별이나 경력단절, 저임금 및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 등 간접적이거나 구조적인 차원의 차별로 범사회적인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여성경제활동의 질을 개선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실현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응방안을 모색하여 남녀가 함께 공동선을 지향하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이퀄 페이 데이'는 지난 해 남성과 여성이 받은 임금의 차이를 계산해, 여성이 며칠을 더 일해야 전년도 남성의 임금과 같아지는가를 날짜로 따져 정한 것이다.

2012년 스페인의 '이퀄 페이 데이'는 2월 22일이었으며, 독일은 3월 25일, 미국 시카고는 4월 12일로 미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여성들이 동일한 노동에 대해 동일한 임금을 요구하며 '이퀄 페이 데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 26개 회원국 가운데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로 '이퀄 페이 데이'도 매년 5월 말로 가장 뒤쪽으로 정해져있다. 2013년은 5월 25일 이었다.

지난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되고 이 법은 2008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을 위한 지원 법률로 발전되어왔으나 여성근로자의 환경은 그리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2013년 6월, 국회의장 여성·아동미래비전자문위원회가 제시한 여성부문 7개 분야 중 여성 경제활동을 늘리고 남녀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해 5월 넷째 주(고용평등주간) 월요일을 동일임금의 날로 제정,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를 기초로 11월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미국과 유럽에 이어 우리도 '동일임금의 날' 제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성'을 주제라 강의할 때 더 이상 식은땀을 흘리지 않는 것은 이것이 바로 내 문제이며 내 여동생, 내 딸아이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된 이상 여성이 느끼는 차별에 대해 나만 괜찮다고 손 놓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가 참여하는 여성단체는 이 이슈를 제기하기 위해 6월 토론회를 개최하고, 7월 홍보캠페인을 열기로 했다. 변화를 위한 이런 작은 움직임이 큰 물결을 이루기를 바란다.

오랜 세월 눈에 보이지 않게 스며든 남녀차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이제는 여성들이 스스로 고용시장의 남녀평등 문화를 주도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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