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박현수 숲해설가

검게 쏟아지는 소나기 마냥 몇 번의 큰일들이 지나면서 숨을 쉬는 것 같이 익숙해지는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문득 아파지는 시간입니다. 어느새 아까시나무의 꽃은 지고 이제 자귀나무의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꽃들을 바라보며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느껴봅니다.

숨을 쉬는 모든 생물들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끊임없는 대비를 합니다. 식물은 꽃이 만개한 후 혹독한 비바람에도 꽃을 지키기 위한 매뉴얼이 있어 꽃잎을 닫거나 꽃밥을 빗물에 흘러가지 않도록 만들어 내곤 합니다. 여린 가지에 피는 꽃은 강한 바람에 잘 휘어서 부러지지 않는 것도 꽃을 지키기 위한 식물들의 방법입니다. 소나무의 솔방울은 비가 오면 오므리고 습도가 낮아지면 다시 벌어지는데 솔방울 사이에 있는 씨앗들을 보호하고 퍼트리기 위한 매뉴얼입니다. 동물들은 후각과 청각이 발달하여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을 타고 낳습니다. 미리 위험요소에서 멀리 달아나는 매뉴얼을 통해 자신의 생명과 앞으로 태어날 생명들의 연결고리를 이어갑니다.

대부분의 생명은 종족 번식을 통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까시나무들이 쏟아내는 많은 꽃들도, 물장군의 수컷이 알을 등에 지고 다니는 것도, 작은 뱁새가 밤새 비를 맞으며 알을 품는 것도, 고라니가 암컷을 만나기 위해 로드킬 위험을 감수하고 도로를 넘는 것도 모두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것입니다.

생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신비롭고 경이적인 일이기에 경건하고 고귀한 일입니다. 그 속에도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가는 매뉴얼이 있으며 그것을 지켜가며 생명의 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갑니다. 자연은 이런 생물적인 매뉴얼과 생태 메커니즘으로 살아 움직이는 것입니다.

알을 낳은 난생동물들은 대부분 많은 생명을 낳습니다. 물고기는 천 또는 만단위로 알을 만들어내며 그중에 일부를 성체로 키워냅니다. 곤충도 많은 생명을 만들어내며 자연의 시련을 이겨내고 자신의 개체를 남겨놓습니다. 또한 성체를 만들어내는 기간도 짧아서 작은 보살핌이나 보살핌이 없이 성체를 키워놓고 이어갑니다. 그에 반해 새끼를 낳는 포유류는 적은 생명을 낳아 기릅니다. 자신의 뱃속에서 안전하게 어린 새끼를 키워내고 새끼를 낳은 후에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기간 동안 보살핌이 제공합니다.

포유류의 대표적인 인간은 뱃속에서 1년 정도를 키우고 성인으로 키우는데 성년의 날로 따지면 18년 이상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그동안 사랑의 끈으로 무한한 애정과 보살핌을 제공받고 아이에게 부모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남겨 생명의 대기록을 남기게 됩니다. 이런 생명의 끈이 한순간에 끊어진다는 것은 비통하고 통탄할 일입니다. 생명의 삶의 의미를 통째로 날아가 버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자연도 자신들이 갖은 위험에 대한 매뉴얼로 지키며 살아가는데 인위적인 위험에는 대비하지 못 합니다. 인위적인 산불이나 화학물질 방류, 무분별한 포획 등은 매뉴얼이 탄탄한 자연에서도 견디지 못하는 일입니다. 하물며 지금 일어났었던 일들은 인간에 의한 인재였습니다. 바로 그 뒤에는 바로 물질에 대한 이기심이 있는 산업주의의 생각이 있는 것입니다.

더 적은 투자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으려는 또한 그것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소유하자 하는 물질적 이기주의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봐도 될 일이라는 것입니다. 물질의 소중함이 생명의 소중함을 넘어섰을 때 생명은 물건이 되고 그 가치를 금액으로 환산하게 됩니다.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물질적인 높낮이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입니다. 사건 그 후로 더욱 마음이 걱정스러운 것은 이런 물질주의의 폐해가 더 나올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바로 떠오르는 것이 원전에 대한 것입니다. 수명이 지난 원전을 이러지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두렵기만 합니다. 세상 어떤 것도 생명을 다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억만금을 주어도 죽음을 되돌릴 순 없는 것입니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이 위기와 고통을 해결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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