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김현진 청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세월호에 군총기난사사건까지 너무나 뒤숭숭한 2014년 상반기를 보내고 있다.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다고 충격이 덜한 건 아니니 여전히 유가족의 이야기는 가슴을 울리고 눈물을 흐르게 한다.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더 고민하게 만든다. 내 일이 아니라고 방관하기엔 여러 경로로 그들은 이미 너무나 가까운 이웃이 되었다.

그래서 지금, 사회복지계는 이 마음을 담아내야 하는 '제3기 지역사회복지계획 수립' 때문에 고민이다. 사회복지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그 단어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되실테니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4년을 주기로 기초자치단체 수준에서 실천할 수 있는 사회복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게 되는데 4년을 주기로 한 것은 민선 지방자치단체장의 임기와 함께 진행되도록 하여 실행가능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2006년부터 수립돼 2014년 세 번 째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지역마다 수립 중이다. 계획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의 주체인 지역 주민의 참여며, 이 계획을 행정으로 실천하게 될 공공기관의 의지이다. 물론, 각 지역에는 계획수립을 위한 민관협력의 대표기구로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구성되어 계획수립을 위한 회의나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하고 가장 시급한 지역의 복지문제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있다.

제3기 지역사회복지계획이 지난 1기, 2기 때와 달라진 것은 지역사회 복지 비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4년 뒤 우리 지역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미리 예측하고 그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한 전략 목표와 핵심과제들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의 복지대상자는 지역사회 주민 전체이므로 주민의 복지 향상을 위한 보편적 서비스는 물론, 보호를 필요로 하는 아이들, 장애인, 노인, 여성, 다문화 가정 등을 위한 선별적인 서비스를 함께 담게 된다. 아무래도 한정된 예산이나 자원을 나눠 써야 하므로 전체 문제점을 다 살펴본 후 어떤 서비스가 가장 시급한지를 선별해 내야 한다. 그 선별 과정은 지역사회 구성원들 특히, 서비스 대상자들의 양보와 타협으로 이루어진다. 주민 모두가 앞으로 4년 뒤 우리 지역의 복지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 비전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어떠한 지역사회의 변화를 바라는가를 정하는 비전을 수립하는 것부터 막막해진다. 비전은 계획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모습에 대한 묘사를 말한다. 1963년 마틴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은 이 비전의 좋은 예가 된다. 그의 연설문 중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고, 그 진정한 의미를 신조로 살아가게 되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위에 예전에 노예였던 부모의 자식과 그 노예의 주인이었던 부모의 자식들이 형제애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라는 부분에서 그가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이다.

실제 계획 수립 과정에서 비전을 수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마틴루터 킹 목사 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 내 이웃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자 한 아동센터 센터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아이들과 부모가 저녁만이라도 집에서 편안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그런 동네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아이의 문제가 곧 부모의 문제더군요" 단순한 해석이기는 하나 킹 목사님도 아동센터 센터장님도 '밥'을 가장 중요한 계기로 여기고 있다. 결국, 어렵고 근사한 말 다 필요 없이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밥'이 우리의 비전인건가. 사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밥 먹기 힘든 사람, 함께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맛있는 밥을 더 즐겁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사고 없는 안전한 우리 동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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